여행후기

동유럽 여행기

해암 송구호 2014. 5. 12. 15:58

 

이번 동유럽 여행은 반지 고리처럼 5개국의 국경을 넘나들며 순환하는 코스로 시작과 끝이 프라하 공항이다. 여행 가이드가 자랑스럽게 유럽권 중 프라하 공항에 한글로 안내 표지판이 돼 있는데 그 이유는 국내 항공사가 프라하 공항의 지분을 51% 갖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공항직원들 중 한국 사람이 꽤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뿐인가! 체코직원들도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간 따듯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체코 시민들은 1968년 구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기 위한 시위를 했다. 소련군이 몰고 온 탱크, 장갑차 등에 맞서 거세게 저항 했지만 결국  강대국의 힘에 눌려 묵살된 사건이다. 체코 공산정권에 의해 국외로 추방 당한 작가 밀란 쿤데라가 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글이 발표되고 ‘프라하의 봄’이란 영화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서 프라하는 우리에게 더욱 친밀한 도시가 되었다.

유럽국경을 통과하는 버스는 유럽연합에서 제시하는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버스기사는 차량속도, 청소상태, 그리고 일정시간 운행 후 휴식 등을 준수하도록 되어있다. 유로 경찰은 차량에 부착된 자동 운전기록 장치를 불시에 확인, 규정을 어긴 것이 적발되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벌금을 징수한다고 한다.

우리는 폴란드 크라코프 근교의 오슈비엥침(아우슈비츠/ 독어)에 갔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가 유태인 등을 학살한 곳이다. 폴란드 오슈비엥침은 유럽의 중심으로 각지에서 끌려온 유태인과 정치범, 육체적으로 불편을 지닌 장애자 등을 끌고 와 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분류하고 노약자나 노동력을 상실한 장애자들은 바로 독가스 실로 보내졌다.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삶도 결코 쉽지 않았다. 고된 노동을 하고 묽은 죽 한 그릇으로 연명해야 했다. 정문에 새겨진 "노동이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글귀처럼 노동을 통해 당장 죽음은 모면할 수 있었지만 쇠약해지는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동족 중에는 노동자를 탄압하는 카프가 있었다. 일정시대 앞잡이처럼 동족을 사지로 몰아 세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자들이다. 관람하는 동안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문득 혼령들의 몸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특히 그들의 주검을 태웠던 화장터에 다다르자 음산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슬로바키아는 농업국가다. 동구의 알프스라 불리는 타트라 산맥,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오른 설산을 바라보자니 이곳이 마치 만년설에 뒤덮인 몽블랑 같다는 착각이 든다. 호텔은 당장이라도 알프스 소녀의 요들송이 흘러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절로 난다. 창문을 열어젖히니 산새소리가 숲속에서 들려오고 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타트라 산맥에 햇살이 쏟아져 내려 황홀함이 배가될 때쯤 우린 비엘리치에 있는 소금광산으로 향했다.

소금광산의 생성된 배경은 유럽판과 아프리카 판이 부딪혀 융기하며 알프스 산맥이 생겨났고 바닷물이 땅속에 침착되면서 소금광산이 만들어 졌다고 한다. 소금광산 내부엔 광부들이 직접 조각한 조각상과 대형성당, 광부들이 일하던 모습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사람들의 노동력을 보완해 주기위해 설치된 각종 도구는 인간의 문명발전과 함께 변모해왔음을 느낄 수 있다.

헝가리는 중앙아시아 유목민 마자르족이 내려와 정착한 곳으로 아름다운 다뉴브 강을 사이로 서쪽에 부다지구와 동쪽에 페스트지구가 형성되어 있다. 겔레르트 언덕에 올라 시가지를 내려다보니 도시가 한 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쫙 펼쳐진다. 어부의 요새는 마치 고깔모양을 한 탑이 일곱 개 솟아 있는데 헝가리에 정착하게 된 일곱 개 부족을 상징한다고 한다. 야간 유람선 여행은 불빛의 조화가 더해져 건물마다 황금색을 띈 모습이 황홀한 밤의 백미를 이룬다.

아침식사 후 헝가리를 떠나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향한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중심이던 곳 비엔나의 쉔브룬 궁전의 내부와 정원은 바로크 양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음악의 도시다. 지금도 거리에 악사들이 시의 허가를 받고 곳곳에서 연주를 한다. 그중에서도 요한 스트라우스 일가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매년 신년음악회의 시작은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을 연주한다. 물론 대미는 아버지 요한 스트라우스1세의 ‘라덴츠키 행진곡’이다.  시작과 끝을 이들 부자의 곡으로 연주해 음악가,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비엔나 언덕에 포도밭이 있는데 해마다 포도가 익어갈 무렵이면 덜 익은 포도로 술을 빚는다고 한다. 이 술에 빵과 고기를 곁들여 먹는 걸 호이리게라 한다. 우리가 찾아간 음식점은 세계 유명 인사들이 줄을 서서 찾을 만큼 유명한 곳이란다.

고리처럼 순환하는 여행은 처음 우리가 도착했던 프라하로 돌아왔으니 어느 덧 끝을 향하고 있었다. 프라하의 마지막 밤, 유럽에선 유일하게 밤중에도 활기가 넘치는 광장이다. 곳곳이 불야성을 이룬다. 동유럽국가 중 경제성장이 가장 두드러진 나라 체코,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 모습이 눈에 보인다. 연인들은 길에서 스스럼없이 애정을 나눈다.

여행은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다. 우리와 다른 방식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유럽인들은 음식을 짜게 먹는 것처럼 성격도 다혈질이다. 그러나 게르만족의 공통된 특징은 정해진 규범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다.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가해지는 형벌이 가혹하다. 히틀러는 자국민 중에도 장애자는 유대인과 같이 독가스 실에 가둬 죽였다. 평균이하를 싫어하는 게르만족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장면이다. 항상 규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몸에 배인 그들에게 질서는 곧 삶이다.

'여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도에 열광하는 사람들  (0) 2015.08.10
여행 천국 터키  (0) 2015.05.29
정작 지켜야 할 것을 잃어가는 하회마을  (0) 2015.05.07
여행 출발 전 터키 익히기  (0) 2015.03.24
백두산 여행기  (0) 2014.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