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잘못은 니가 해놓고 벌은 왜 내가 받아야 하는데?

해암 송구호 2018. 6. 30. 09:24

 


  어릴 때 학교에서 나눠준 회충약(蛔蟲藥)을 먹고 속이 미식미식거려 헛구역질을 하다 장기에 있던 회충이 목구멍을 타고 입밖으로 쏱아져 나왔는데, 물고기가 뭍으로 나왔을 때 파닥거리는 것처럼 방바닥에서 몸부림쳤던 것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한다. 동화속에서 나쁜짓을 하면 개구리, 뱀이 입에서 나오는 그림을 보았던 터라 혹시 내가 지은죄 때문인가 걱정에 두려움도 생겼었다. 회충에 대한 기억은 끔찍했고, 지금도 그것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는다. 

 어떤 생명체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을 기생(寄生)한다고 말한다. 서두에 쓴 회충도 기생충 중 하나다. 옛날엔 인분(人糞)으로 채소를 키워 먹었다. 인분이 밭으로 가는 과정엔 푸세식 변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퐁듀(fondue)란 음식과 상당히 발음이 비슷한 "퐁당"이란 소리가 나는 곳이 뒷간이다. 그곳이 바로 인분의 생산지다. 

 대소변을 구분짓지 않고 모아두다 보니 냄새는 말 할것도 없고 들어가서 용변을 볼 때마다 퐁 ~ 당하면 똥물이 똥의 무게와 배설물의 양에 의해 튀어오르는 속도와 세기가 결정 된다. 똥물이 엉덩이에 묻지 않으려면 튀어 오르는 속도보다 빠르게 몸을 비틀지 않으면 안 된다. 

 인분엔 파리들이 꼬여드는데 서식 환경이 좋고, 최적의 번식지이기 때문이다. 측간에서 대사를 치르려면 파리 쫓아야지, 똥물이 튀는 속도에 비례해서 스피드 있게 몸을 피해야지,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인분은 농사를 짓는 농부에겐 돈이다. 

 모 방송사에서 탈북자들의 이야기 중 북한의 궁핍한 삶을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인분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됐다. 매년 북한 사회는 당에서 개인에게 인분 할당량을 주는데 그 양을 채우지 못하면 훔치든가 아니면 돈을 주고 사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인분이 아니라 금분이란 것이었다. 우리도 옛날엔 시골에서 비료 살 돈이 없으니 인분은 작물을 키우기 위한 거름으로 소용(所用)되는 귀한 자원이었던 셈이다.

 봄에 아지랑이가 피어날 무렵이면 인분은 밭으로 시집을 간다. 똥장군의 호위를 받으며 냄새나는 변소를 떠나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기 위해 밭으로 간다. 채소는 인분의 보살핌으로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나는데 문제는 인분이 자기를 돌봐줄 시녀와 머슴들을 대동하는 것이다. 요충, 편충, 회충들로 그놈들은 채소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기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기생은 상호 공존을 전제로 한다. 네가 살아 있어야 나도 살 수 있다는 개념하에 기생이란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후기생은 다른 차원이다. 네가 죽더라도 나만 살아 남으면 문제 될게 없다는 개념으로 상대를 고르고, 그 몸에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충하초는 거미, 매미, 나비, 벌 따위에 안착해서 양분을 빨아먹고 성장한다. 결국 숙주는 껍질만 남게 되고 모든 것을 빨리게 된다. 처음엔 여늬 곤충과 다를 것 없다가 최후기생 체가 자라기 시작하면서 숙주는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서 우리정부가 어떤 스텐스(stance ; 立場)를 취해야 할까 고민해야 한다. 소모적인 관계, 모호한 관계, 방관적 관계, 일방적 관계 등,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우선 명확한 원칙을 정해 놓고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고무줄처럼 상대에 따라 그 원칙이 변하게 되면 곤란하다. 일예로 한진그룹의 사태 중 진에어의 문제를 두고 내린 결정은 어딘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 뒤늦게 관계 부처가 해당직원을 징계하겠다는 것도 우습고 외국인을 등기이사로 선임한 진에어에 대하여 규정대로 면허 취소를 내리면 그만인 것을 공청회에서 의견수렴을 한 후 결정하겠다며 판단을 유보한 것은 결국 근로자를 볼모로 대기업의 그릇 된 행태를 봐줄 요량인가 보다. 

  국민은 정부의 이런 결정에 답답증을 느낀다. 잘못 된 기업에 징벌은 가하되 항공사 근로자는 구제할 수 있는 투트랙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다른 저가 항공사에 매각할 수 있는 것도 방법이지 않는가? 한진그룹이 지금까지 벌인 행태는 그 죄가 하늘을 덮고도 남을 만큼 큰데, 모든 조치가 솜방망이로 끝난다고 하면 우리사회는 정의를 실현하기 어렵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더욱 확고한 가치로 사회에 남게 될테니 말이다. 

  우리사회가 계층 간 격차가 심화되는 요인 중 하나는 돈을 가진 자는 수 많은 네트워크를 통해 고급 정보를 빼내어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요리를 하거나, 주요 길목을 선점해 큰 이득을 보는 것이다. 이 명박 전 대통령은 본인이 흑 수저 출신이지만 권력 중심부로 들어가 최 고급 정보와 국가 조직망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다 감옥에 간 상태다. 말하자면 국가를 숙주로 삼고 기생한 것이라 할만하다.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대중을 숙주로 삼고 제 배를 불리고 있다.

 기업에서 그들을 돕는 소위 지식인은 사업주가 시키는 일이라면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이 없다. 충성심을 보여서 더 높은 자리로 옮겨가면 그만으로 생각한다. 기업의 이완용이다. 어떤자는 국가 정보를 주변국에 팔아 사익을 챙겼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의 휴민트 명단이다. 이런 놈은 국가도 팔아 넘길 매국노로 이완용의 형님 뻘이다. 국가는 모든 것에 올바른 판단과 엄격한 조치가 병행 될 때 국민에게 충성심을 불러 일으키고 법질서도 똑바로 서게 된다. 

 힘있는 변호사의 입이면 안 될 것도 되고, 될 것도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면 누가 국가를 신뢰하고 따르겠는가? 국가는 국민 모두가 공정한 출발 선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삶의 균형자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처럼 먹고 살기 힘든적이 어디 있었는가?  "나랏님들 서민들 먹고 살 수 있게 물가좀 잡아주소. 이대로 가다 똥통에 빠질까 겁이나요. 그리고 있는 놈들에게 부역질하며 사는 인간들아 ! 정신차려. 너 혼자 잘먹고 잘살려고 하다 여럿 목숨 다친다. 함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