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魅力)을 지닌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미인은 의사가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가? 강남에 가면 성형외과 간판이 즐비(櫛比)하게 세워져 있다. 보통 미인을 꼽을 때 이목구비가 또렷한 사람을 미인이라는 말을 한다. 과거에 미인이 사과를 먹고 예뻐졌다고 말했는데 요즘 미인은 칼을 든 남자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과거 자연미인은 각자 개성을 드러내려 하는데 반해 요즘 미인은 아름답다고 주목 받는 연예인의 모습을 그대로 모방한다. 신이 인간을 빚어냈다면 의사는 인간을 깎아낸다. 신과 인간의 조형술(造形術)은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의술의 발달로 성형술도 큰 진보를 했다. 그러나 감성적 언어를 표현하는 피부 조직의 자연스러움은 아직 신의 영역에 못 미치고 있다.
성형한 사람들이 웃을 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성형의 휴유증이다. 이 증상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눈에 띄게 드러나는데 심한경우 악마의 탈을 쓴 사람으로 착각케 한다.
옛날에도 미인의 기준은 있었다. 당나라 때 미인은 삼 백미(參 白眉), 삼 흑미(參 黑美), 삼 홍미(參 紅美)라고 했다. 치아, 손, 살결이 희어야 하고 눈썹, 머리카락, 눈동자는 검어야 하고 볼, 손톱, 입술은 붉어야 했다. 당나라 미인으로 알려진 양 귀비(719 ~756)는 당나라 헌종의 며느리자 후궁이다. 아들의 여자를 자신의 후궁으로 삼은 헌종은 그녀를 곁에 두고 정사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고 하니 경국지색(傾國之色)의 미인임엔 틀림 없었다.
조선시대 미인의 기준도 있었는데 삼 장미(參 長美), 삼 광미(參 廣美), 삼 협미(參 狹美), 삼 소미(參 小美), 삼 후미(參 厚美)다. 머리카락, 손가락, 신장이 길어야 하고 이마, 미간, 가슴이 넓어야하고 허리, 발목, 목이 가늘어야 한다. 거기에 코, 턱, 머리는 작아야 하고 유방, 허벅지, 엉덩이는 통통해야 미인이라고 했다. 조선시대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당시 미인의 모습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단아한 한복차림에 다소곳한 모습을 하고 가녀린 몸매, 곱게 빗은 머리카락, 고운 이마에 초승달 같은 눈썹, 생각에 잠긴 듯 한 조용한 눈빛을 하고 있는 여인에게 조선의 남성들은 매력(魅力)을 느꼈던 것 같다.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미인은 대중 매체에 노출된 연예인들이 기준이 되고 있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의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경우 대중들은 그를 자기 우상처럼 대하려는 경향이 있다. 주인공이 하는 것이라면 뭐든 따라 하고 심지어 그의 얼굴까지 닮으려 한다.
우리나라에 성형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1970년 말 쯤부터다. 당시엔 코나 눈트임 등 부분적인 성형이 주를 이뤘다. 요즘엔 성형의 범위가 보다 확장되고 있다. 주택으로 치면 완전 개 보수 공사가 이뤄지는 것처럼 성형 전 모습과 딴판으로 모습이 변하기 때문에 공항을 출입할 때 애를 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병원에서 수면 내시경 검사를 할 때 투약하는 약에 의한 신체 반응 중 하나는 무의식 중 쏟아내는 말이 듣는 사람에게 충격 그 자체라고 한다. 조하리는 인간의 마음을 4개의 영역으로 분류했는데 자신이 의식하는 창, 타인이 나를 의식하는 창, 타인과 내가 공유하는 창, 그리고 나와 타인이 모르는 무의식의 창이 있다고 한다. 이 약물을 투여하면 내면의 세계, 즉 무의식의 창이 열리는 것인데 무슨 말이 입에서 흘러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 수면내시경을 피하는 의사(醫師)들도 있다.
성형수술을 경험한 사람들에겐 소름 돋을 이야기다. 한 여성이 수술대에 오르기 전, 핸드폰 녹음기를 켠 상태로 수술대에 올랐고 수술 후 녹음 된 내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가 마취로 의식이 없자 간호사와 의사는 신체를 놓고 희롱(戱弄)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던 것이다.
현재 이 여성은 성형외과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수술실의 내부를 녹화한 CC-TV는 충격적이었다. 담당의사 대신 보조의사가 수술을 집도했고 수술실 내부에서 음식을 먹고 이를 닦는가 하면 무의식 중에 있는 환자를 놔두고 모두 자리를 비우는 등, 의료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성형미인의 한계는 준수한 외모에 비해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이 사이보그(cyborg)와 같다.
얼은 사람의 내면을, 굴은 겉으로 드러나 있는 모양을 뜻한다. 따라서 얼굴은 인간의 심리적 상태를 드러내는 창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인간은 미세한 표정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느낀다. 그런데 성형미인은 이러한 미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 아름답고 예쁘다는 말은 표정들이 산소 알갱이처럼 살아 있을 때, 감정을 서로 교감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잘되고 자연스러움이 물씬 묻어날 때 표현되는 단어라고 말할 수 있다.
미인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수술실의 실태가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을 보면서 성형수술을 받는 것이 과연 옳은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수술실은 무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청결이 잘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술을 하는 환자가 병균에 감염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상식 중에 상식이다. 게다가 수술대 위에 올려진 환자를 상대로 주고받는 농은 무의식 상태라곤 하나 한 사람의 인격이 저렇게 난도(亂刀)질 당해도 되나 싶다. 염상섭의 표본실 청개구리처럼 그들에겐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고 수련의에겐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실험도구로 이용했던 것이다.
나랏님도 없는 곳에선 욕을 한다고 하지만 무의식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조롱은 이후 수술대에 오를 사람들에게 커다란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다. 상담 중 수술을 담당하기로 했던 의사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황당함도 있었다. 수련의가 원장을 대신해서 수술한 것은 수술대에 오르는 순간, 표본실 청개구리 꼴이 된 것이다. 간호사들의 조롱과 수련의의 실험용 재료가 되려면 성형수술을 해도 괜찮다. 단 의료 사고에 의한 휴유증과 남은 생의 불행은 감수해야 한다. 이번 여름방학 때 성형수술 받으러 가자 ! 수술실 청개구리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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