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변호인

해암 송구호 2014. 1. 10. 14:04

열강의 노림 수에 남과 북이 분단되고 38선이 그어진지도 어언 70년이 다되간다. 이념적 대립 속에서 미 군정하에 남한에 수립된  정부는 민주주의를 표방한 반면 북에는 구)소련하에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괴뢰정권이 수립됐다. 당시에 남한에는 제주도, 지리산을 중심으로 남로당이란 공산세력이 빨치산 활동을 하면서 남한에 수립된 민주주의를 전복하려는 반정부 활동을 감행했다. 요즘도 동남아 일부 국가는 반군과의 지리한 내전을 치루느라 국력 소모가 크다. 이승만 정권은 반공이란 국시를 내걸고 공산주의세력을 몰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당시 만들어진 "국가 보안법(1948년 제정)"이 현재까지 이어오면서 정권을 움켜쥔자들의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빨갱이란 말에서 느껴지는 어감은 인간과 또다른 괴물로 여겨질 만큼 괴리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었다.

 "변호인"은 1980년 신 군부가 12.12사태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뒤 광주 민주항쟁이 들불처럼 일어나자  용공분자들의 난동으로 호도하면서 무자비한 살육을 통해 정국을 장악한 군사정권의 출발선에서 시작한다.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광주,부마사태 등 민주항쟁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직후 공안정국이 활개를 치던 때, 정부는  잔불정리 차원에서 일부 진보성향을 보이는 학생들의 모임을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검거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사건이 서울에 무림사건, 학림사건과 부산에 부림사건이다. 

이 영화는 부림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주인공 송우석은 가난했던 유년시절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공부해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판사로 임용 되지만 법조계 만연돼있는 학맥으로 자신이 운신할 틈이 보이지 않자 판사직을  버리고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 부동산 등기 전문 변호사, 세무전문 변호사를 하면서 돈을 모아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우석은 일용직으로 근근히 살아가던 시절 국밥집에서 무전취식한게 늘상 맘에 걸려 국밥집을 찾아가  그 빛을 갚으려 하자 주인 아주머니는 성공해 돌아온 우석을 반갑게 맞으며 돈으로 갚지말고 "다리와 얼굴"로 갚으라며 돈을 받지 않는다. 국밥집 단골이 된 우석에게 어느날 국밥집 아들이 행불된 사실을 전해듣게 되고 후에 그가 부림사건에 연루된 것을 알게된다. 국밥집 아주머니의 간청으로 이 사건의 변호인이 되면서 우석은 돈 잘버는 변호사에서 시국 사건을 변호하는 돈 못버는 변호사의 길을 간다. 

 그 무렵 대기업 전담 변호사 제의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주변 사람들은 안타까워 한다. 그의 마음이 바뀐 이유는 단순하다. 내 이웃이 당한 현실이 바로 내문제가 될 수있다는 사실이고 이를 묵과해서 안된다는 신념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남들이 가고자 하는 쉽고 편한 길 보다 남들이 가지 않으려 한 가시밭 길을 걸어가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자 했던  그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부림사건은 공안정국을 주도하던 1981년9월 부산 대학생들의 독서모임에 공안당국이 "국가를 전복하려는 이적 단체"로 규정하면서 그들을  고문하고 구타해 강제로 받아낸 자술서를 통해 용공분자란 "올가미"를 씌운 사건이다. 이사건을 통해 한 사람은 정치가의 길을 걷게 되었고  당사자(피의자)들은 `87년 6월항쟁의 주역이 되었다. 도저히 변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일을 우린 흔히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말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영화에서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진우는 " 바위는 죽어있고 계란은 깨어있어 그 것을 뛰어 넘을 수있다"고 말한다.  고문으로 자포자기해 있는 진우에게 다시 우석이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진우의 늘어진 어깨를 일으켜주는 장면은 가슴 뭉쿨하다.

 시대의 주역이 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새로운 방향으로 틀어 새길을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때 얻어지는 산물이다.

 이미 우리곁을 떠난 밀짚모자를 쓴 촌노부가 생각나는 것도 아마 그의 발걸음이 우리와 같았고 우리의 질곡된 삶을 뼈져리도록 함께 공유하려 했기에 더욱 사무치게 그리운 게 아닐까? 조, 중, 동 언론의 날카로운 발톱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최고의 권력을 쥐고도 그것을 무기삼지 않고 맞섰던 그의 당돌함(?)이 민주화의 초석을 다지는 믿거름이 됐기에 감사했고 부자들의 뒷배를 봐주기 보다 가난한 노동자의 삶을 들여다 보려했던 노고가 그의 굵게 패여진 이마의 골 깊이 만큼이나 커 우리는  포근하고 행복했었다. 

 이 영화를 통해  고인이 된 노무현 전대통령의 삶을 되돌아 보게되어 뜻 깊었고, 국가가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주어 감동적 이 었다. 아직도 우린 감나무 아래서 감 떨어지기 만 기다리고 있지 않나 ? 자성하는 마음에 그져 부끄럽다. 

 공룡의 멸종 이유중 하나는 자신의 신체 중 일부가 상처나 살이 썩어가는데도 뇌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스스로 자멸하고 말았다고 한다. 우린 사회의 병폐를 보면서도 나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중병에 걸려있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 했다. 요즘 국회의원의 국정활동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바가 크다. 왜 그들에게 그렇게 많은 특혜를 줬는가? 그들은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되묻고 싶다. 배부른 고양이는 쥐를 잡지 않는다. 살찐 돼지는 제일먼저 식탁에 오르게 마련이다. 역사는 그들의 오만과 무뢰함 또 어리석음까지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혹여라도 역사마져 왜곡하려는 꼼수는 버려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