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1월 체코의 개혁파 수장인 두브체크가 자주적인 국가를 대외 표방하고 개혁 의지를 표명하자 구)소련은 동 유럽국가로 확산될 것을 우려해 8월20일 바르샤바 조약 동맹국의 20만 병력을 이끌고 체코를 무력으로 침공한 뒤 개혁파 세력을 소련으로 끌고간 사건이 발생했다. 1884년 조선말 갑신정변에 비유될 만한 사건이었다.
이 영화는 암울한 시대를 살아내던 체코 작가 ' 밀란 쿤데라가 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토마스는 뇌수술에 권위를 가진 젊고 유능한 외과의사다. 그의 정부 사비나는 화가, 그의 아내 테레사는 술집 여종업원이었으나 책을 읽기 좋아하고 신분 상승을 꿈꾸는 야망을 지녔다.
토마스는 공산주의자였던 전 부인과 이혼을 했고 혼자 살며 주변에 많은 여인들과 성 관계를 갖지만 상대방 인생과 자유에 대한 독점권을 내세우지 않고 감성이 배제된 관계만이 두사람 모두에 행복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밖에서 여자들을 만나며 절대 자신의 집으로 불러 들이는 경우가 없다. 많은 여자를 만나면서도 여인들의 질투와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그 만의 방식 이기도 하다.사비나 역시 12세 될 무렵 어머니가 이혼 했다. 아버지는 엄격해 유년시절 이성교제를 금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공부한 그녀에게 아버지는 피카소그림의 모작을 사다 주시며 흡족해 했다. 미대에 진학해 미술을 공부하면서 공산주의에서 사실주의를 제외한 분야를 금하는 것을 알고 일탈을 꿈꿨다. 그녀가 처음으로 일탈의 쾌감을 느낀 것은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아버지의 품에서 떠날무렵이다. 그녀는 프라하 출신의 무명배우와 결혼 했으나 퍽퍽한 삶에 지쳐 이혼했다. 그녀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데는 일탈의 욕구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테레사 역시 어머니가 결혼생활을 실패했던 전적이 있다. 능력있는 남자들의 구애를 물리치고 씩씩한 사람을 좋아해 테레사를 낳았지만 결혼 생활이 불행하다 느껴 이혼한 후 재혼을 했다. 으붓 아버지는 테레사가 목욕할 때마다 목욕탕 안을 들여다 봤다.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에 문을 잠그려 하면 엄마는 몸뚱이는 다 똑같다며 욕실문을 잠그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못했지만 책 읽기를 좋아해 대학을 마친 친구들과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다. 그녀는 시골 작은 호텔 술집 여종업원으로 일하지만 상류사회를 지향한다. 그녀의 손엔 항상 책이 들려있다. 상류사회의 출입증 이라도 되는양...
사비나와 토마스는 서로를 아주 잘 알고있다. 서로의 삶을 간섭하지 않고 만나는 것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토마스는 보헤미아의 온천마을에 출장을 갔다. 환자의 수술을 위해서다. 이 곳에서 테레사를 만났다. 바(Bar)에 근무하는 테레사는 책을 읽는 토마스를 보고 매력을 느끼게 된다.
몇주 후 테레사가 프라하에 왔다. 친구를 만나고 또 일자리를 알아 보기 위해서라 했다. 둘은 만나자 마자 격한 성 관계를 가졌다. 그녀는 감기로 몸에 신열이 있었고 토마스의 보살핌 속에서 10일을 보내야 했다.
사비나는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에게 물려준 중절모자를 아꼈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작은 마을의 면장을 지내셨었다. 그녀에게 중절 모자는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이다.
토마스는 사비나에게 테레사의 일자리를 부탁했다. 그녀는 잡지사에 테레사를 취직 시켜 주었다. 테레사의 취직을 축하하는 모임에서 토마스는 그녀가 직장 동료와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에게 그녀를 빼앗길 수 있다는 마음이 들자 우울함을 느꼈다. 토마스는 그녀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고 청혼했다.
테레사는 토마스의 여성 편력에 대한 이야기를 결혼 전 수 도 없이 들었다. 사랑과 성遊戱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성 유희는 Football 게임과 같다고 했다.
테레사는 토마스와 정사를 나눈 뒤에 그의 손을 꼭 쥐고 잠에든다. 꿈 속에서 토마스가 다른 여자들과 정사를 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그녀는 불쾌하기도 하고 언젠가 토마스가 그녀에 대해 싫증이 나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우울증에 걸렸다. 토마스가 잠에서 깨어나면 그녀의 손에 책을 쥐어준다. 그녀의 품에서 자유롭게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토마스는 스위스 취리히 종합병원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지만 테레사가 싫어할 것 같아 거절했다.
불면증으로 고통스런 날들을 보내던 테레사가 잠이 들었다. 수면 중 꾼 꿈은 그녀를 더욱 불안하고 불쾌하게 만들었다. 토마스가 사비나와 마치 큰 무대같은 곳에서 밀애를 즐기는 장면을 보았다. 자신의 몸은 벽에
고정이라도 된듯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와 영혼의 고통을 육체적 고통으로 억누르기 위해 그녀는 바늘로 손톱밑을 마구 찔러댔다. 아마 사비나가 토마스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난 후 꾼 꿈이
아닌가 싶다. 테레사는 남편이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집을 뛰쳐나갔다. 잠을자다 테레사가 집을 뛰쳐나가자 토마스는 황당해하며 그녀의 뒤를 쫒아갔고 둘은 길목에서 탱크와 장갑차의 시가진입을 목격했다.
1968년 1월 프라하엔 봄이 찾아온 듯 했다. 1956년 소련 후루시초프에 의한 스탈린 격하운동이 벌어지면서
체코내 스탈린 추종자 노보트니가 물러나고 개혁파 두브체크가 당선됐다. 재판의 자유, 의회자유, 언론 출판의 자유, 사전 검열제 폐지, 개인 권리 박탈 복권, 국외 여행 이주 보장 및 자주독립 대외 표명이다.
소련은 체코의 사태를 방기하면 동유럽 전체로 확산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 8월20일 20만의 무장군과 탱크등 기갑사단이 야음을 틈타 프라하의 도시를 점령하고 두브체크 등 개혁파 지도자를 소련으로 연행했다.
테레사는 사진기를 들고 시위군중과 소련군의 도발적인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그녀는 외국기자를
보면 자신이 찍은 사진필름을 건네주며 기사로 내줄 것을 부탁했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동안 그녀는 우울하지도 않았고 불면증에 시달리지도 않았다. 체코의 사태는 소련에 연행돼 갔던 두브체크가 돌아와 자주독립을 철회하는 방송을 하면서 잠시 잠깐 누렸던 자유는 또다시 체코인들로부터 멀어져 갔다. 단지 학살과 시베리아 유형을 모면한 것이 다행스런 일이었다.
사비나는 소련군이 체코에 진주할무렵 스위스로 떠났다. 그녀는 피난 행렬에서 토마스와 우연히 만났고 스위스로 떠난다는 말과함께 서로의 행운을 빌어줬다.
암울한 정치 현실과 체코사태를 앵글에 담느라 동분서주할 때 잊고 있었던 우울증과 불면증이 또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자 테레사는 프라하가 싫어졌다. 평온한 일상이 그녀를 더욱 힘들게 했다.
토마스와 테레사는 스위스로 떠났다. 물론 카레닌도 함께... 카레닌은 토마스와 결혼 후 피로연에서 토마스 친구로부터 선물 받았다. 개의 이름은 토마스와 테레사가 보헤미아의 작은 온천마을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손에 들려져 있던 톨스토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따왔다.
테레사는 스위스로 가면 모든 것이 잘 될거라 생각했다. 토마스의 여성편력이나 가정 경제 등 새로운 출발을 꿈꾸고 찾아온 만큼 의욕적으로 살아보려 노력했다. 프라하에서 잡지사 경력을 쌓은 그녀는 체코사태 때 찍었던 사진을 들고가 기사에 실어줄 것을 부탁했지만 이미 진정국면을 맞아 기사거리가 못된다며 거절 당했다. 편집국 직원은 그녀의 사진기술을 인정하며 모델들을 상대로한 화보촬영을 권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의 제의를 쉽게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토마스는 스위스에도 그가 알고 지내왔던 여자들이 많았다. 사비나도 그가 스위스로 온 것을 알고있었다.
사비나는 스위스에서 망명자 모임에서 프란츠를 만났다. 프란츠는 프랑스 출생의 스위스인으로 대학교수다. 그의 아내 마리클로드는 재력이 있는 집 딸로 화랑을 운영하고 있다. 프란츠는 사비나의 쎅시함에 반했다. 매주 2회 열차를 타고 대학 강의를 나가는 그는 그녀에게 함께 가자고 했다. 사비나도 여행을 좋아한다며 흔쾌히 따라 나섰다. 열차안에서 둘은 농밀한 키스를 나눴다.
프란츠는 아내가 있는 취리히에서는 사비나와 정사를 나눌 수 없다고 했다. 같은 공간에서 또 다른 침대에 눕는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사비나와 관계를 하고싶을 때마다 기차여행을 가자고 했다. 사비나는 이런 그의 태도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비나는 혼자 있을 때는 그녀의 조상대부터 대물림해 온 중절모자를 쓰고 거울앞에 서있곤 했다. 반나체와 중절모자!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토마스는 중절모를 쓰고 거울 앞에 서있는 사비나를 볼 때 성적인 욕구를 느끼고 흥분했다. 반면 프란츠는 사비나가 중절모를 쓴 모습을 보면 어색해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사비나에게 중절모자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옛 추억에서 불러오는 작용을 했다. 아버지는 아주 엄하셨다. 특히 남자들과 사귀는 것을 철저히 금했다. 어린 나이에 애를 갖는 걸 원치 않아서다. 그런 그녀에게 미술을 가르쳤다. 어려서부터 미술을 공부한 그녀에게 피카소의 작품을 소개시켜 줬다. 미술대학에 들어가자 공산주의에서는 입체파나 추상적인 분야를 배제하고 오직 사실주의에 근거한 그림만을 요구했다. 매번 벽에 부딪칠 때마다 그녀는 배신을 꿈꿨다. 그녀가 짧은 결혼생활을 정리한 것도 시골에서 배우생활을 하던 남편의 무능함에 앞서 어느 한 곳에 갖혀 지내야 하는 것이 지겹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표현에서도 자유롭고 싶었다. 스위스에 작업실에서 그녀는 날카로운 유리의 면을 이용해 프라하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표출했다. 그녀에겐 일탈이지만 서방세계에서 그녀의 행위는 평범한 작품활동에 지나지 않았다.
취리히에서 테레사는 점점 지쳐갔다. 5~6개월동안 일자를 찾았으나 그녀를 채용하겠다는 곳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약자임을 깨달았다. 반면 토마스는 이 곳에서도 늘 바쁘게 살았다. 저녁이면 술에 취해 돌아왔다. 그녀와 결혼한 뒤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할 때면 토마스는 꼬냑을 마셨다. 술로 테레사에 대한 미안한을 씻으려는 속셈이다. 물론 덤으로 여자의 냄새를 지우려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 테레사는 토마스가 술을 마시고 온 날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랑과 연애는 다르다고 아무리 되 뇌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사랑하기 때문에 관계를 할 수 있는게 아닐까? 그녀는 이런 생각이 머리를 지배할 때마다 자신이 초라해졌다. 그리고 토마스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이 좀처럼 그녀의 마음을 편치않게 했다.
테레사는 결심했다. 약자인 자신이 선택할 수있는 곳은 프라하였다. 토마스에게 한 통의 편지를 남겼다.
사비나를 좋아한 프란츠는 돈과 사랑 중 사랑을 선택했다. 사비나에게 사전 말도없이 부인과 이혼을 결정했다. 부인을 두고 사비나를 몰래 만나온 것에 대한 죄의식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 이면엔 돈을 무기처럼 사용해 남자의 자존심을 짓밟는 아내 마리클로드로 부터의 해방이기도 했다. 사비나는 감정이 복잡해졌다.
취리히에서 자유롭게 프란츠와 정착할 것인가? 아님 또 다른 일탈을 꿈꿀 것인가? 프란츠는 자신의 중절모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문득 프란츠의 조롱에 갇힐지 모른다는 불길함이 엄습하자 또다시 떠날 결심을 했다. 그녀는 취리히를 떠나 파리나 미국 어딘가를 갈 결심을하고 화랑을 정리했다.
토마스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홀로 남아있다는 고독감을 느꼈다. 이방인의 아픔이다. 공원에 술집을 전전하지만 그의 외로움은 가시질 않았다.
토마스는 프라하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 테레사가 떠난 이후 더욱크게 자리잡은 외로움 때문이다. 국경에서 신분증을 빼앗긴 토마스는 그 순간 자유는 국가에 영치(領置)됐다. 토마스는 소련군이 프라하에 들어오기전 자신이 쓴 원고를 잡지사에 낸 적이 있다. 기고 내용 중 공산당의 두눈을 뽑아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프로이드가 쓴 꿈의 해석에 나오는 "오이디프스"에 관한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오이디프스는 그리스 테베 왕의 아들이다. 그의 아버지 라이우스는 점쟁이 예언가로부터 아들에 의해 죽을 운명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그는 동성애자로 왕비 이오카스타와는 잠자리를 하지 않는 편이라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술에 취한 왕 라이우스가 아내를 품었고 10개월 후 아들이 태어났다. 점쟁이의 예언이 생각난 왕은 집사에게 오이디프스를 산에 버리라 명했다. 집사는 이웃나라 왕이 왕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가져다 주었다. 세월이 흘러 왕자가 자랐고 성에 괴 소문이 돌았다. 오이디프스가 코린스 폴리브스왕의 친자가 아니라는 이야기 였다. 왕자는 델피의 예언자를 찾아갔다. 예언자는 왕자가 부왕을 죽일 운명을 타고
났다고 말했다. 이말에 놀란 왕자 오이디프스는 집으로 가지않고 다른 방향으로 갔다. 오솔길을 가는데 마차를 탄 무리가 길을 비키라며 왕자를 위협하자 화가난 왕자는 일행을 모두 죽였다.
테베는 왕을 잃은데다 괴물이 나타나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이 괴물은 수수께끼를 내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을 죽였다. 오이디프스는 괴물이 낸 문제를 잘 풀었고 그후 괴물은 자취를 감추었다.
테베에선 그를 영웅으로 대접했다. 뿐만 아니라 전통에 따라 왕비와 결혼하고 그 나라 왕이 됐다. 오이디프스가 62세 되던해 자신의 아버지가 테베 라이우스 왕이고 자신의 어머니가 이오카스타란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자신이 오솔길에서 죽인 사람이 아버지였고 자신과 살을 부비고 산 부인이 어머니였던 셈이다.
오이디프스는 자신의 두눈을 송곳으로 찔러 스스로 맹인이 되었고 통렬하게 스스로의 삶을 비판한 뒤 성을 떠났다. 토마스가 잡지사에 기고한 내용은 소련에 아첨하며 자신의 안위만 추구하려는 공산주의자들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 였던 셈이었다.
토마스는 예전에 다니던 병원에 복직했다. 직위도 변한게 없다. 어느날 외과 과장이 토마스를 불렀다. 신문에 실렸던 기사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점이라는 내용의 '철회서'를 내밀며 서명 할 것을 요구하였다. 서명한 것은 문서로 보관될 뿐 일반에게는 공개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정치인도 아니니 사상변절도 아니란 위로를 했다. 토마스는 일단 생각해 보겠다며 결정을 미뤄 두었다. 복도에서 다른 동료가 과장이 한 말을 되풀이 할 때 철회서에 서명하면 우수운 꼴을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명거부에 대한 결심을 굳혔다.
토마스는 내무부 직원에게 똑같은 내용으로 철회서 작성을 요구 받았지만 거부했다. 그 결과 토마스는 안정적인 의사생활에서 쫒겨나 유리창을 닦는 노동자로 살아가야 했다. 그의 선택은 신분 추락을 동반 했다.
토마스가 전직 의사란 말을 유리창 닦는 회사 여사장은 자랑처럼 하고 다녔다. 토마스는 아파트 아주머니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한 낮에도 유리창 닦는 것 대신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여자들이 많았다.
만나는 여자들마다 제각각의 취향을 지녔다. 어떤 여자는 흥분하면 그의머리에 성기를 부벼댔다. 토마스는 꼬냑을 마셨고 여성의 체취는 술에 지워졌다고 생각했다. 테레사는 토마스의 머리에서 여자의 생식기에서 나는 냄새를 맏았다. 테레사는 끝없는 토마스의 외도에 자기자신도 똑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몇일 전 18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술을 달라고하자 음료수를 대신 줘 돌려보낸적이 있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나이든 노인이 다가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며 시비를 걸었고 홀(Hall) 한쪽 구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중년신사가 그녀의 입장을 옹호해줘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었다. 자신을 엔지니어라고 소개하고 연락처를 줬었다. 테레사는 그를 찾아갔다. 그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눈빛으로 옅은 미소를 머금고 커피나 포도주 중 무엇을 마실지 물었다. 그녀는 둘 다 싫다고 답하고 서고에서 책을 꺼내 봤다. 자신을 엔지니어라고 소개했던 그남자는 그녀와 몇마디 대화를 나눈 뒤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그리고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 풀고 그녀가 나머지는 풀기라도 바란 듯 손이 치맛속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를 긴의자에 눕혔다. 그녀는 순간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그의 몸짓을 거부하려 했지만 이미 몸은 그를 느끼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그를 꼭 끌어 안았다.
그녀가 근무하는 바에는 전직 대사가 홀 청소를 담당했다. 사람들은 그를 각하라고 불렀다. 그리고 얼마전 바에서 있었던 일이 아마도 경찰에서 꾸민 일 같다고 했다. 그녀를 위기에 몰아넣으려 한사람과 그를 위기로부터 구해주고 환심을 사는사람은 같은 무리배로 어떤 목적을 두고 벌인 공작 이라고 했다. 대부분은 그들의 약점을 이용 프락치로쓴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엔지니어 아파트 치곤 너무 초라하단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로부터 음모에 휘말렸다는 생각이들자 테레사는 프라하가 무서워졌다. 공포의 도시를 떠나고 싶었다. 테레사는 토마스를 졸랐다. 프라하를 떠나자는 말만 되풀이 했다. 토마스는 더이상 우리가 갈 곳이 없다며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프라하는 이미 그녀에겐 공포의 도시였다.
토마스가 의사의 길을 걷게된 이유는 의사는 신과 인간의 접점에 있다고 생각했다. 신이 인간의 생명을 관장하고 영혼을 지배한다면 의사는 육체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을 담당한다고 믿었다. 그러면서도 항상 자신이 하고있는 의술 행위가 신을 모독하는 것이 아닐까? 되 묻곤 했다.
테레사의 성화에 못이겨 토마스는 결국 프라하를 떠났다. 자신이 뇌 수술을 해줬던 사람 농장에 운전사로 일하면서 전원 생활을 했다. 테레사는 송아지를 돌봤다. 카레안도 그녀와 늘 동행했다. 전원생활에 익숙해져 갈 무렵 카레안이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고 병원에 갔다. 암이란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 몇개월이 지나자 카레안은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밤새 끙끙 앓는 소리를 했다. 좋아하는 크루아상(초승달 모양의 빵)도 거부했다. 두사람은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안락사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토마스가 마지막을 책임지기로 했다. 카레안은 그렇게 그들 곁을 떠났다. 테레사는 토마스에게 고백했다. 카레안을 더 사랑 했다고 아니 엄밀히 말하면 부담없는, 조건 없는 사랑을 나눴다고 말했다. 반면 토마스와의 사랑은 질투, 불안, 끊임없는 기다림으로 자신이 지쳐갔고 견뎌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비나는 프랑스에 정착해 살면서 해안가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던 중 토마스의 아들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아버지와 테레사 그리고 이웃들이 안개낀 날 트럭을 몰고 농장에 돌아가다 브레이크 고장으로 벼랑에 굴러 즉사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녀는 그동안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사람들을 잃고 슬픔에 잠겼다.
살아오면서 벽에 부딪칠 때마다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고 마치 배신이라도 하듯 떠났다. 누군가의 관계를 맺으며 떠날 때마다 그를 힘들게 하거나 쫒는자, 괴롭히는자는 없었다. 그녀가 짓눌렸던 것은 어떤 짐(Load)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그들의 죽음은 그녀에게 과거와 묶어줬던 끈이 사라진 기분이 들게했다. 과거와의 단절이자 소통의 통로가 막혀버린 것을 의미했다.
테레사는 토마스가 빨리 늙어지길 원했다. 그의 주변엔 항상 여자들이 있어 불안했다. 의사 때보다 유리창 닦기 노동자 시절에 토마스 주변에 여자들이 더 많았다. 테레사는 그의 주변 여자들과 자신을 비교했다. 대학도 나오지 않은 그녀가 그들과 견줄 수 있는 것은 독서였다. 그녀의 손엔 항상 책이 들려있다. 마치 지식인들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입장권과 같았다. 토마스와 술집에서 처음 마주졌을 때 토마스의 손에 든 책을보며 호감을 갖게 됐었다. 그녀는 토마스를 사랑하면서 또한 끊임 없는 질투와 위기감을 느끼며 살았다. 토마스가 자기를 떠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다. 그러나 그녀는 토마스를 항상 긴장하도록 만들었다. 잡지사 들어간 기념 파티에서는 동료와 춤을추면서 토마스가 그녀를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했고 프라하를 떠나 취리히로 갔다 혼자 돌아왔을 때도 결국 토마스는 그녀 때문에 프라하로 돌아왔다. 시골농장으로 떠날 때도 함께했다.
토마스는 지식인이다. 그가 할 수 있는 능력은 노동(의사, 유리창닦는 노동자, 트럭 운전사)으로 국한돼 있다. 그리고 공무원 관료들은 소련의 꼭두각시로, 빌붙어 사는 기생충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그들은 아첨과 뛰어난 눈치로 정치 생명을 연장해 갔다. 토마스는 폐쇄된 사회에서 꿈틀거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여자들과 밀애를 나누는 것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다. 성을 통해 자신의 암울한 삶과 존재감의 덧없음을 드러냈다. 그것은 마약처럼 순간을 잊게하는 능력도 지녔고 현실을 외면할 수 있는 유일한 해방구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 평 남짓한 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 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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