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기

카렌족 중 롱넥족의 기구한 삶

해암 송구호 2018. 6. 19. 14:16

 


   태국 북부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 중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민족이 카렌족이다.카렌족은 시노티베트어족의 언어를 사용한다. 인종적인 측면에서 단일한 집단이 아니며, 언어·종교·경제에서도 서로 다르다. 일부에서는 이들을 백카렌족과 적카렌족의 두 집단으로 분류한다. 이중 백카렌족은 스가우족·푸오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적카렌족은 브레족·파다웅족·인바우족·자예인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카렌족은 이웃 미얀마에 훨씬 많은 3백백만 명 이상이 살고 있으며, 태국에는 약 3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다. 원래 미얀마에 살던 일부 카렌족들이 18세기 이후 험난한 살윈강을 넘어 타이로 와 정착한 것이다. 현재 미얀마 지역의 카렌족은 정부에 대항하여 반군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미얀마에서 카렌족을 찾아가는 여행은 거의 불가능하다. 

카렌족은 그들의 조상이 박에서 태어났다고 믿는다. 박덩굴에 열린 여러개의 박들에서 모두 사람이 나왔는데 이중 카렌족이 조상이 가장 먼저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민족들은 모두 그들의 동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부심 때문인지 카렌족들은 매우 점잖고 정직하며 순박하다.

다른 소수민족과 달리 카렌족은 성적으로 매우 보수적이다. 혼전 성교는 철저히 금지되어 있으며, 나이든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총각 처녀가 연애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남자가 처녀집을 방문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카렌족은 조상을 섬기는 제사를 철저히 하고 노인을 공경한다. 제사 때 쓸 돼지나 닭은 아예 처음부터 따로 기를 정도로 제사에 정성이다. 그리고 모든 자손들은 반드시 제사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혹시 먼거리 여행을 갔다 하더라도 반드시 제삿날에는 돌아와야 한다. 마을의 모든 결정권은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데 젊은이들은 결정에 따르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칸렌족 중 롱넥족에 대한 이야기다. 목에 쇠로 된 링을 착용하고 사는 여인들을 말한다. 왜 그들이 목에 링을 하고 살았는지 알 수 없지만 일설에 따르면 중국 여인들이 전족을 해야 한 것처럼 롱넥족 여인들이 중국 남부지역에서 이곳까지 흘러 들어와 정착해 살무렵 다른 소수민족과 비교 될 만큼 얼굴이 예뻐서 남자들이 집을 비운 사이 여인들을 약탈 당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 후 이부족은 여자 아이에게 목에 링을끼워 키우기 시작했고 이 부족의 상징이 됐다는 이야기다. 

 여자들은 5세가 되면 목에 링을 채우는데 아이가 성장하면서 어깨의 근육과 목의 근육이 빠져 링 없이는 머리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게 돼, 링의 크기를 늘리게 되는데 그들의 일상 생활이 몹시 불편할 것 같았다. 발등을 보는 것 조차 불편해서 내려다 볼 수 없고 링의 무게 또한 상당히 무겁기 때문에 평생을 목에 걸치고 사는 것이 고행의 삶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은 태국정부에서 15세 이전에 목에 링을 하는 것을 법으로 금해서 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고산족 마을에 대한 태국정부의 지원이 시작된 후, 관광 수익을 분배하는 조건 중 롱넥족의 경우 여자의 머리 수로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여자의 목에 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여인들은 낮에는 베틀 앞에 앉아 옷감을 짜거나 나무를 깎아 인형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판매를 한다. 또 관광객들이 오면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일과 중 하나다.

 남자들은 낮에는 보이지 않다가 밤이되면 나타나 여자들을 괴롭힌다고 한다. 이를테면 학대를 당하며 사는 셈이다. 그녀들의 기구한 삶이 안됐다.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중 노천명 시인의 사슴이란 시가 떠오른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이곳 여인들의 삶을 노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 중 일부는 무릎 위에도 링을 끼우고 있었다. 다리 근육마져 빠지게 되면 두 발로 서지도 못할텐데 누가 좀 말려주면 안되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은 이 부족들은 목이 긴 여인을 미인이라고 해서 여인들이 자청해서 링을 목에 끼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어릴 때 부모들이 링을 채웠고 나이가 든 후에는 목에 근육이 빠져 머리의 무게 때문에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 자청해서 링의 크기를 키워야 하는 여인에겐 형극이요, 고통의 산물인 것이다. 

 남성들은 낮에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불편한 생활을 감내해야 하는 여인들의 남편들은 누굴까? 지금이라도 목에서 링을 제게할 수는 없는 걸까? 저들에게 멍애를 지우는 자가 누구인가 ? 귀에 나무를 둥글게 깎아 끼워 넣는 부족, 입술을 뚫어 그 곳에 둥근 나무를 끼워 넣는 부족, 온 몸에 문신을 새겨 넣는 부족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부족의 일원이 되기위해 자기의 몸을 내 던지는 사례를 종종 봐왔지만 목에 링을 끼우고 고통을 감내하는 여인의 운명도 사슴처럼 슬프다. 목이 길어 슬픈 여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