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은 2016년3월23일부터 3월30일까지 "참좋은 여행"의 Package tour를 통해 이뤄졌다. 여행 인원31명이 참석 한 상품으로 핀란드 항공사를 타고 헬싱키까지 가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를 바꿔타는 저렴함을 빼면 고단하고 힘든 여행상품이다.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수속을 끝내고 인천공항에서 보낸 여행가방을 찾으려 회전하는 콘베어 벨트를 지켜보는 데 다른 여행객은 제각각 자신의 짐을 찾고 기다리는 상태에서 나만 내짐이 보이질 않아 속이 타들어 갔다. 그런데 내가 들고간 여행가방과 비슷한 오렌지 색상의 낡은 가방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밸트를 계속 맴돌고 있었다. 난 여행 인솔자를 찾아가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 가방과 바꿔들고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앞서 일본 여행객 한 무리가 떠난 후 일어난 일이라 그들 중 누가 아닐까? 공연히 의심하면서 스페인 공항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잠시 후 문제의 가방을 수거해 오던 직원이 나의 것이라며 작게 쓰여진 수하물 주인의 이름을 들춰 보여준다. 여행가방을 되 찾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부서진 가방을 들고 일주일동안 버틸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인솔자와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여행가방의 사고 접수를 하고 일행들과 우리들이 처음 묵게될 숙소로 향했다.
첫째 날은 먼 거리를 여행 한 것 만으로도 몸이 지쳐 있을 것을 감안해 속소로 곧장 가는 것이 일정의 전부다. 몸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짐을 풀고나니 스페인의 모습을 빨리 보고싶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물론 그 이면에는 기내에서 불편한 쪽잠을 잤고 시차가 7시간 나다보니 현지 시각에 선뜻 적응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잠을 이루고 얼마 되었을까? 눈을 깨보니 시간은 새벽 3시가 조금 넘었다. 잠에서 깨어나 몸을 뒤척이다 스페인 여행 일정표를 들여다 봤다. 람블라스 거리의 많은 까페와 상점을 둘러보는 일정과 보케리아 시장에서 다양한 과일을 비교적 싼 가격에 구입해서 먹을 수 있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여행 스케줄에는 몬세라트, 성가족 성당 그리고 람블라스 거리 투어로 되어 있어 투어 후 시내의 거리에 풍경을 여유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기대 했으나 역시 패키지 투어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구엘공원 입장시간 전에 끼워넣기 식으로 일정을 조정해 단 삼십 분의 여유를 주고 거리를 산책하듯 둘러보라고 한다. 사진찍으랴 람블라스 거리를 둘러보랴 뜨거운 감자를 입에 물고 허둥거리듯 일행들이 관광버스에서 쏟아져 나와 쏜살같이 제각기 흩어진다. 도시는 상점이 아직 문을 열지 않아 썰렁하다. 씽글족 네 명으로 구성 된 우리팀은 연령대도 마치 가족처럼 짜여져 한 가족이 여행을 온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다. 오십대 후반 두 명의 남, 여와 이십대 중반 사십대 초반의 여성 두 명이다. 사십대 초반의 여성은 나이보다 젊게 보여 남들 눈에는 가족으로 느끼기에 손색이 없어 보였다.
이제부터 가짜 가족의 진짜 같은 가족 여행이 시작된다. 람블라스 거리를 걷고 과일 가격이 싸기로 알려져 있는 보케리아 시장을 둘러 보기로 했다. 우리 일행은 이십 유로씩 공동 경비를 거두어 과일이나 커피를 마실 때 쓰기로 했다. 총무는 맏딸처럼 보이는 은경씨가 맏아 하기로 했다. 명문대학의 박사과정을 마친 엘리트 여성이다. 게다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자수 성가를 한 후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효녀 가장 이기도 하다. 예쁜 얼굴속에 숨겨진 삶의 무게가 그녀를 애처롭게 하기에 여행 내내 안스러움이 들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파이팅! 다 잘될거야 !!
람블라스 거리는 상점을 열기에 아직 이른 탓인지 부활절 절기를 맞아 연휴로 철시를 해서인지 한산하기만 하다. 그나마 여행객을 염두에 둔듯 일부 기념품 상점은 문을 열었다.
보케리아 시장은 골목길과 상점들마다 펼쳐 놓은 물건들이 동대문 시장에 나와 있는 착각에 빠져들 만큼 친숙한 감정이 든다. 움푹 패여진 바닥에 시장에서 흘러나온 오물이 고여 있는 것도 여느 시장과 비슷하다. 시장을 막 열었는지 점원들은 손님의 발길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여행 가이드는 구엘공원의 입장시간에 맟춰 가야한다며 우리들의 발길을 재촉했다. 우리는 애플망고와 파파야를 먹기 좋게 썰어달라고 부탁해 차안으로 들고 왔다. 애플망고는 단맛이 풍성했다. 평소 먹기 어려운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우리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지켜보던 가이드는 차안에서 음식을 먹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유럽연합의 교통규정에 차안의 청결유지 상태도 들어가 있어서 곤란하다는 이야기 였다.
구엘공원을 가는 도중 길가에 가우디가 리모델링을 한 두 채의 건물이 있다. 차창 밖을 통해 바라볼 수 밖에 없어 자세한 모습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가이드가 말하는 곳에 시선을 두니 정말 독득한 모습을 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카사바트요와 카사밀라다. 일반 건축물과 상당히 다른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카사바트요는 지중해를 테마로 해서 형형색색의 유리 모자이크를 벽면에 붙여 아침 태양을 맞으면 몽환의 파도가 출렁 거리고 카사밀라는 외관이 파도치는 모양을 해서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는 데 처음 본 사람은 시멘트가 흘러 내리지 않을까하는 우려스러움이 생길정도로 외관이 굴곡지다.
< 카사 바트요 >
이동중에촬영을 한 탓에 반대쪽에 있는 카사밀라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구엘공원에 도착하니 스페인 가이드가 미리 표를 사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공원 출입시간이 제한적으로 운영되다보니 우리처럼 일정이 짜여진 여행객의 발목을 잡는 수가 종종 있나보다. 구엘공원 역시 가우디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구엘공원에서 빛이 난다. 공원 의자는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져 이용하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또 비가오면 빗물은 자연스럽게 지하 저수탱크로 모여들도록 설계되어 물의 활용도를 높이는 지혜를 보여 주기도 했다. 그리고 독일의 동화 헨델과 그레텔에서 착안해 만든 공원 관리 사무실은 마치 동화나라에 온 착각에 빠져들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공원을 만들면서 나온 돌을 이용해 만든 인공동굴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다듬지 않아 뽀쪽 뽀쪽한 돌이 머리위에 있으니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심장을 웅클어들게 한다. 그러나 공원 조성 후 한번도 돌이 떨어진적 없다고 한다. 백 년을 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돌을 붙잡고 있는 접착재가 무얼까? 궁금해 가이드에게 물어보아도 뽀쪽한 답이 없다.
성가족 성당은 가우디의 걸작으로 1882년 3월19일(성 요셉 축일) 공사를 시작해 1926년 6월 완공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백년이 넘는 공사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성당 내외벽을 꾸며놓은 장식물들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리고 인간의 유한한 삶을 비웃기라도 하듯 건축가들이 릴레이로 작품을 완성해 가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무한한 능력에 탄복하게 된다.
문제는 최근 공사 중 중단한 부분이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100년을 견뎌내기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해 헐고 다시 공사를 하게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 였다. 천 년을 바라보는 건축물에 백 년이라니 앞으로 공사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사비 걱정은 없다고 한다. 성가족 성당을 보려고 찾아오는 관광객의 입장료만해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수도사들의 삶이라는 것이 세상과의 단절에서 출발하답보니 아마 그렇게 해서 지어졌을 것이란 추측을 하게 된다. 중세시대 정치와 종교의 시대적 역할을 놓고 보면 서로 비슷한점이 너무 많다. 정치를 하던 사람들이 종교 지도자가 되다보니 종교가 정치, 군사에 관한 제도를 차용해 쓴 것이 시발점이 되었고 가난한 노동자의 주머니를 털었던 것도 비슷하다. 전자는 세금을 거두었고 후자는 헌금을 거둔 것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또 전자는 현실의 안위를 후자는 내세에 대한 확실한 구원을 보장했다. 현세를 군사들이 지켰다면 내세는 천군 천사가 생명의 안위를 지킨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그들은 똑같이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갔다. 그리고 호가 호의하며 사치스러운 삶을 살았다. 그들의 모습은 항아리 모양을 한 몸집에서 알 수 있다. 현시대도 사실 모양은 변했을지 몰라도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약육강식의 세계는 늘 존재하고 있다. 합법과 선을 위장하는 기술을 빼면 알맹이는 똑같은 형질을 유지한다. 알면 다치고 모르면 당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누군가의 표적이 되지 않는 것만이 천만 다행이라고 할까?
바르셀로나에서의 여행일정은 이렇게 끝이났다. 가우디의 건축세계를 들여다 보았고 현실을 등진 그러나 현실세계에 깊숙히 개입하려 한 수도사들이 살았던 수도원을 가 보았다. 둘째 날 일정이 끝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발렌시아로 향해 출발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발렌시아까지는 366키로(4시간)로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가기위해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게될 발렌시아 숙소로 향한다. 우리 팀은 Bartos 호텔에 짐을 풀고 소주 파티를 열었다. 부산에서 오신 간호사 선생님(어머니 역)이 한짐을 쌓가지고 온 음식으로 둘째 날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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