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체는 자궁에서 10개월 간 성장 뒤, 출생이란 과정을 거치며 타인에 고통을 안겨주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출생에서 부터 인간은 자기 자신의 존재를 위해 타인의 가치는 희생되어져야하는 야박함을 지닌 것이다. 그런데 태어남과 동시 성장이란 과정을 통해 성체로 탈바꿈 하게 되는데 육체가 성장하는 것과 같이 두뇌의 발달도 병행해서 이뤄진다.
인간은 성장 후 서서히 노화되어져 사해(死海)의 바다로 떠난다. 뼈와 살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백(魄)은 소멸하는지, 아님 어느 곳을 향해 떠나 가는지,아님 새로운 개체로 거듭 나는지 아직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 체 제각각 생각대로 해석한다. 종교적 가치에 의해 나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분류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들의 주장이 옳거나 틀리다는 논박을 하지 못하는 것은 사후의 세계를 다녀온자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죽음이란 문턱을 넘나들 수 없다. 사후세계는 인간으로서 바라볼 수 없는 영원한 미지의 세상이다.
삼차원적 세상과 사차원적 세상의 차이는 시공을 뛰어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의 차이다. 우리는 시간의 永續性에 의존해 살고 있다. 어찌보면 시공에 갖혀 산다는 표현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올지 모른다.
삶의 유한성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 자신과 똑같은 유전자를 남기는 것이다. 오늘 풀어갈 이야기는 인간이 생명력을 상실해가면서 일어나는 현상의 일편을 담기위해서다. 질병은 대부분 통증을 유발한다. 몸에서 보내는 이상신호고 경고다. 일부는 사선을 넘을 때까지도 무통인 경우가 있다. 심장마비다. 어찌하든 인간이 자각하고 느낄 수 있는 시점은 질병이 상당한 진전을 가져온 경우다. 대부분 신진대사 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치매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의식세계의 씨스템이 고장난 경우다. 뇌의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치매가 생긴 가족은 아주 독득한 체험을 할 수 밖에 없다. 우선 대화나 기억 등 상호 공유해왔던 정보들이 일치되지 않는다. 소통의 문제가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더욱 잔인한 것은 과거의 기억은 또렷한데 코앞의 현실은 전혀 기억을 못하는 아이러니다.
어제 처남집에 계시던 어머니가 우리 집에 잠시 오셨다. 처남 가족은 장모님이 새벽녘에 온식구의 이름을 불러 깨우는 통에 괴로워하는 모양이다. 누구든 닥쳐봐야 사실을 알듯 어제 하룻밤은 길었다. 새벽녁에 딸과 아내의 이름을 번갈아 불러대니, 자던 잠이 달아나 어쩔 수 없이 일어나고 말았다. 장모님은 "어미야 나 네집에 살아도 되지, 나 여기서 살게 해줘라!"다. 불과 일년전 당신의 집에서 누구의 도움없이 살다 죽겠다고 당당해 하시던 어머니가 치매란 병에 걸리신 이후 누군가에 의존해 살 수밖에 없자 매순간이 불안한 모양이다. 그러니 똑같은 말을 묻고 또 묻는다.
우리는 뇌가 기억하고 있는 상황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 인지한다. 요즘에는 스마트 폰이란 기기가 뇌의 저장기능을 대신 해주기 때문에 뇌는 기능이 단순화 되가고 있다. 그러나 판단에 따른 행동은 인간의 몫이다. 정상인은 이런 인지, 판단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 치매는 그런점이 부족하다. 그렇다보니 정상인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우리 장모님은 평생 가슴속에 담아둔 것이 버림받은 여자라는 생각으로 살았다. 그래서일까? 당신이 하시는 말씀은 " 나 니네집에 가서 살면 안되니?"다.
사람은 죽어서야 갈 수 있는 세계가 있다. 아무도 그곳에 가본 사람은 없다. 인간은 모두가 죽는데 죽지않고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세계이므로 더욱 그렇다. 그런데 미루어 짐작은 한다. 대부분 사후 세계는 시공을 뛰어넘는 사차원의 세계일거란 추측이다. 그러나 우린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추측아닌 추측을 한다. 일반적인 병은 대부분 죽는 순간까지 뇌에 담겨진 기억을 통해 주변인들을 인지하고 이별한다. 사후 세계에서 재회할 것까지 약속한다. 그런데 치매는 좀 다른 듯하다. 서서히 인지력을 잃어간다. 육체적 기억소자가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궁금한 것이 있다. 육체의 소멸과 함께 인간의 존재는 소멸되어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백(魄)은 동시에 흩어지는 것은 아닐지? 생명체는 그래서 더욱 신비롭기는 하다.
이제껏 사후세계만을 바라보며 절제하고 살아가는 수도승은 더욱 그렇다. 티벳의 라마교를 믿는 사람들은 오체수도 등 자신의 육체를 고통스럽게 하면서 수행하는데 이것은 다음 생을 위한 준비과정이라 한다. 만약 다음생에서도 티벳인으로 태어난다면 어떻게 되는걸까? 어찌하든 죽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그 세상을 알리요만 인간은 스스로 놀라운 세상에서 독특한 삶을 유지하다 가는 것은 확실하다. 분명한 것은 인간은 누구나 죽는 것이고 죽음 이후는 아무도 경험해본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당신이 첫번째가 된다는 것이다.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느냐는 지금 당신의 문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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