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전유죄 유전무죄

해암 송구호 2012. 11. 12. 17:49

 

영화 : ‘도가니’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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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청각 장애아동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다룬 영화 ‘도가니’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 ‘도가니’는 실제사건을 소재로 한 논픽션 영화다. 주인공 인호는 무진 자애학원의 미술교사로 부임한다. 어려운 자신의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요구하는 오천만원의 학교운영 발전기금을 엄마와 딸이 사는 집 전세금을 빼 마련한다. 부임 후 며칠 뒤 인호는 학교 교무실에서 동료교사가 청각장애 학생을 폭행하는 사건을 목격한다. 인호가 동료교사에게 폭력을 통한 지도방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동료교사는 “육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은 정신적으로도 장애가 있다”며 폭력의 당위성을 말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남자아이를 목욕을 핑계로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한 변태 성욕자다. 한편 교장은 미성년자 연두를 교장실로 데려가 강제로 성추행을 시도한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의 몰염치한 행동에 저항하려 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인호는 무진 인권센터 간사인 유진에게 도움을 청하고 경찰서를 찾지만 담당형사는 무진학원 교장으로부터 정기적인 돈 상납을 받아왔던 터라 다른 핑계를 대며 사건조사를 미룬다. 그러나 무진학원 문제가 점차 사회 이슈화 되자 교장에게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며, 사건을 조사한 뒤 검찰에 송치한다. 범법자들은 판사출신의 변호사를 선임, 자신들의 죄를 돈과 권력의 힘(판사의 전관예우)을 통해 집행유예를 선고 받는다. 이 영화는 “장애아동 성폭행사건”이 왜곡돼 처리된 사실과 가해자들이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뻔뻔스런 태도를 리얼하게 앵글에 담고 있다.

아직도 우리사회엔 돈과 힘(權力)이 정의를 지배하고 있다. 물론 겉으로는 사실과 다른 모습으로 포장되어 있기에 진위를 구별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인화학교 교장도 교회에선 장로로 활동하는 등 지역사회에서는 선한사람으로 포장돼 있었다. 그는 이중인격을 지닌 양의 탈을 쓴 늑대였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오르자 사람들 표정이 하나같이 일그러져 있다. 영화가 관객에게 주고자 한 메시지가 너무나 선명했기에 관객들은 영화가 끝났는데도 계속 그 속에 빠져 있는 듯 했다.

들끓는 여론에 정부는 최근 광주 인화학교의 폐교를 결정하고, 사건을 재조사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가해자인 교장은 이미 암으로 자연사 했다고 한다. 가해자를 다시 법정에 세우기는 어렵게 됐지만 잘못을 바로잡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특히 영화가 불편한 진실을 들춰내고 고발해, 변화를 이끈 점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영화 속 대사 중 인호 어머니가 한 말이 머리에 맴돈다. “이 성치 않은 아이를 데리고 어른들이 뭐 하는 짓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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