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자라고 있는 나무 중 마치 수염이 늘어져 있는 것 같은 나무가 있다. 아바타에서 제임스 케머론 감독은 이 나무에서 영감을 얻어 조상과 대화를 나눌 때 머리카락과 이 나무를 맞대면 돌아가신 조상과 대화할 수 있다는 내용의 꿈 나무(Dream tree)가 바로 이 나무인데 가이드에게 나무의 이름을 물으니 사 나무라고 한다.
하롱베이 테마파크에는 중국 장가계보다 더 큰 케이블카가 있다. 탑승인원이 230명 되는 2층 케이블카다. 베트남은 노동력이 풍부하고, 사람들이 근면 성실해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배고픈 고통을 겪으며 자란 세대로 공산주의로는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해서 운영하는 정부의 「도이모이」정책을 통해 향후 아시아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추측 된다.
태국에 갔을 때 거리에 다니는 차량의 90%가 일본의 도요타, 닛산, 미쓰비시, 마즈다 등인데 베트남엔 현대, 기아차가 50% 이상이라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국산차가 눈에 많이 띄었다. 우리나라는 과거 월남전 때 미군과 함께 월맹군을 상대로 전쟁을 했다. 전쟁을 했던 당사자들 간에 그 어떤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표면상으로 그들은 우리를 대할 때 적개심이나 증오를 드러내지 않았다. 거리엔 베트남어와 한글이 함께 쓰인 간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호찌민은 베트남의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로 북베트남의 통치자였다. 그는 평생 가정을 꾸리지 않고 오직 베트남 통일을 위해 힘쓰다 1969년 9월 2일 사망했다. 그의 삶을 보여주는 생가엔
라디오와 책상이 유품으로 전시되어 있는데 생전에 그의 소박한 삶이 경외감(敬畏感)마저 들게 한다.
지도자의 덕목 중 둘을 꼽으라면 청렴과 애민이다. 청렴은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들의 부패를 근절할 수 있고, 애민은 그 자체가 정치의 본(本)이기 때문이다.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약자가 경제다. 경제는 곧 백성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도록 만들고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바로 경제다. 백성이 평안하면 나라가 편안하게 되니 이게 바로 정치가 아니고 무엇이 정치란 말인가? 그의 사상을 여물게 해준 인물이 바로 남로당 출신 박헌영이었다. 둘은 구소련에서 처음 만났고 호찌민은 그를 통해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를 받아 읽게 되었는데 전쟁 중에도 그 책을 품에 지니고 다녔을 정도로 정약용의 사상에 매료됐다고 한다.
한기둥 사원(一柱寺)을 일주탑(一柱塔)이라고도 부른다. 일주사는 1028년에서 1054년까지 재위했던 리 타이 쫑이 1049년에 세운 탑이다. 이 탑은 연꽃을 형상화해서 만들어졌고 정방형 연못에 세워져 있다. 리왕이 꿈 속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관음보살」을 본 후 아이를 얻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절을 지었다고 한다. 지금도 아이를 갖기 원하는 부부들이 찾아와 기도하는 도량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절은 1954년 프랑스 식민 통치하에 있을 때 파괴된 후 재건된 것이다.
하롱 테마파크는 일본 오사카 성을 연상시키게 한다. 왜냐하면 일본 자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본의 모습을 테마파크에 옮겨놓았다. 2층 케이블카의 주탑이 188m이고 대관람차의 높이는 250m 정도가 된다. 정원도 일본의 정원을 본떠서 꾸몄다. 동산도 처음엔 후지산을 본뜬 것이었는데 분화구를 메웠다고 한다. 대관람차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생겼다. 높이도 63빌딩과 맞먹는다. 놀이기구 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대관람차』는 생전 처음 타 본다. 처음으로 고공에 오른 셈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패키지 상품이 저렴할 경우 가이드는 자신의 호주머니를 채울 방법을 다각도로 생각하고 그 계획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손님들은 어떤 불 이익을 당하는지 잘 모른다. 상품이 저렴하면 일단 현지식에서 별로 맛없는 식당으로 데려간다. 또 쇼핑센터에서 그럴싸한 밑그림을 그린 다음 덫을 친다. 우리가 처음 찾은 곳은 잡화점이다. 노니를 파는데 2통에 7백만 원 하는 고가품 노니를 손님들에게 맛을 보라고 권한다. 1스푼에 몇만 원 할 텐데 전단지 뿌리듯 시음에 관대함을 지녔다. 우리를 응대하는 여직원의 표정도 사지 않을 것을 아는지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도 맛을 보았는데 내가 먹었던 노니는 약간 떫은맛과 씁쓰름한 맛이 나는데 반해 정제된 것처럼 노니가 깔끔한 맛이 났다. 목 넘김도 여간 부드러운 게 아니다. 모르긴 해도 우리가 먹던 것보다 한결 고급스럽단 생각이 들도록 연출한 것 같다. 그리고 이 제품은 고가라 살수 없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킨다. 그리고 말한다. 그 대체 상품을 다음번에 갈 노니 판매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고객들에게 비장함 마저 보이면서 약속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밑밥은 확실하게 깔아 놓은 것이 된다.
매장에 가기 전 차 안에서 노니를 팔고 있는 쇼핑센터가 마치 비 영리 단체인 것처럼 왜곡한다. 세종 한글학당을 무료로 운영한다고 썰을 풀어서 자선을 실천하는 선량한 쇼핑센터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노니를 사는 것은 세종 한글학당의 자선사업에 일조하는 것으로 수익금의 일부가 세종 한글학당을 운영하는 데 쓰이는 것처럼 말한다. 또 자신들이 파는 노니만 베트남 식약청에서 승인받은 제품처럼 말해 효능이 타제품보다 월등하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노인들은 팔, 다리, 어깨, 무릎 안 아픈 곳이 없다. 식품이라고 말하면서 모 든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을 보면 사기성이 농후하다. 질병이 발생하기 전 먹으면 큰 병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미심쩍다. 큰 돈을 지출하는 사람들에게 안심하도록 FDA에서 승인받은 제품이라며 다른 제품에게 이런 상표가 붙어 있느냐고 묻는 것도 과장된 주장이다.
FDA에 신청하면 어떤 과정을 통해 승인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제품이 타제품보다 우월한 식품이라고 볼 수 없다. 약이 아니라 식품은 유해성 검사에 문제가 없다면 승인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사기성을 직감할 수 있었던 것은 네 팀이 제품을 구매하자 사은품이라며 건조한 노니 열매와 뿌리를 각각 한봉지씩 건네준 것을 구매자가 조금 더 달라고 요구하자, 판매자는 귀한 재료인 것처럼 조금씩 나눠줬는데 그가 자리를 뜬 후, 가이드가 들어와 손이 닿는 대로 마구 퍼담아 주는데, 흔들리는 눈동자와 미세하게 떨리는 기색(氣色)을 보면서 "이놈들이 크게 사기를 쳤구나 !"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공산국가지만 베트남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포교활동은 엄격히 규제한다고 한다. 개인의 신앙에 대하여 국가가 개입하지 않지만 종교를 믿으라고 선동하거나 포교활동은 국가가 나서서 차단하는 것이다. 공산국가지만 참 세련됐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집단에게 감언이설을 늘어놓도록 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신앙관에 자유를 준 것이다. 남이 부처님을 믿든 사발 신을 믿든 그 것은 그 사람의 자유다. 천당이니 극락이니 가보지도 않은 것들이 확신을 갖고 떠들어 대며 사람들을 꼬드기는 것은 종교 자유란 틀에서 아주 멀리 벗어나 있다.
베트남인들이 과거로부터 가장 많이 믿고 있는 것은 조상신이다. 성공하면 가장 먼저 조상의 묘를 크게 짓는다고 한다. 그들은 "성공하면 조상의 보살핌으로, 실패하면 나의 잘못으로"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와 정반대로 생각한다.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고 말한다. 염치가 없다. 아니 어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