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강의

도올 김용옥의 서양철학사 4강

해암 송구호 2021. 11. 17. 13:40

 THESE : 모성애는 순수한 생리인가? 문명의 도덕인가?

 

봉혜(鳳兮) 10대 손

봉혜는 5년을 살다가 3년 전 죽었다. 그의 자손이 10대를 이어오고 있다. 닭은 하루에 1개씩 알을 낳는다. 배란(Ovulation) 주기가 1일인 셈이다. 수탉은 보통 10마리의 암탉을 거느리고 산다. 5개월 후 하루에 한 번 씩 교미(交尾)를 해줘야 수정란이 부화를 할 수 있는 데 우리 집 수탉 뿌아리는 20마리가 넘는 암탉에게 하루에 한 번씩 교미를 해줘서 계란의 부화율이 90%가 넘는다. 본디 봉황은 수탉을 말하는 것이다. 지구 상에서 매일 이렇게 많은 암컷을 거느리고 살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번 사정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숫탉을 봉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닭의 경우 항문에 오줌, 똥과 생식기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 수탉이 정액을 방사하면 정확히 수정관으로 들어가는 것은 신비스러운 일이다.

 

모성애(母性愛)

 봉혜의 경우 알을 품으면 20일 간 용맹정진(勇猛精進)하는데 일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둥지를 떠나지 않은 채  알을 품는데 이것은 끔찍한 고행인데 그걸 즐겁게 감수하는 거야. 어미닭은 알 속에서 움직이는 걸 느끼는데, 그렇게 흐뭇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면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면 48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데, 그 후부터는 스스로 먹이활동이 가능한데 어미닭은 "구구구" 소리를 내서 새끼 닭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고 그들이 다 먹고 난 후에 비로소 조금씩 먹기 시작하는 걸 보면 모성애가 대단한 거지. 그렇게 50일 동안 새끼를 끔찍하게 돌보는데 고양이가 나 타타면 쏜살같이 달려가서 쪼아 내쫓고, 독수리가 와도 설령 자신이 잡혀 먹힐 망정 새끼를 보호하려는 모성애는 정말 끔찍해요. 

 그런데 5세대(Generation) 이후에 닭들에게 이상한 변화가 감지됐어. 닭들도 사회적으로 부유해지고, 잘 살게 되다보니까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것에 무관심해진 것 같아.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처럼 알을 품으려 하지 않고 숫탉과 연애만 하려고 하더라고. 보통 둥지에 알을 보면 품으려는 닭이 있게 마련인데 없어서 한 놈을 분리해서 알을 품도록 했더니 이놈이 알을 품을 생각은 않은 채 앉았다, 일어섰다 하기만 해 결국 알이 다 골아서 버렸지 뭐야. 모성애가 발동하지 않는 것이지. 할 수 없이 부화기(38도)에서 깐 병아리를 어미닭의 품에 넣어줬더니 쪼아서 결국 병아리들만 놔두고 어미닭은 큰 닭이 있는 곳으로 옮겨놨지.

 얼마 뒤 닭 한마리가 알을 낳다가 알이 항문에 달라붙어 있는 상태로 이틀이 지난 뒤에 발견해서 알을 조심해서 떼어냈는데 항문이 헐어서 피가 나고 나중엔 하얀 진물이 흘러서 죽겠거니 하면서도 불쌍하니가 상처부위를 소독해주고 며칠이 지났는데 점점 생기를 잃어가서 병아리들과 합사를 시켜줬는데 병아리들이 어미닭 품속으로 파고들어 체온을 유지시켜주니가 점점 생기를 되찾기 시작하는 거야. 그래서 먹이를 줬더니 이놈이 먹이를 안 먹어요. 먹이를 먹으면 알을 낳아야 하고 또 항문에 상처가 날 걸 아니까 안 먹는 거야 그렇게 스무날 가까이 지나서 몸이 다 낳으니까 이젠 먹이활동도 하고 품속에 있던 병아리들도 제 새끼로 받아들여 거느리고 다니는 거지. 

 그래서 몇일 뒤 낳은 병아리도 함께 넣어줬는데 어미닭이 병아리를 쫘서, 그만 병아리가 피를 토하며 즉사를 했지 뭐야. 아플 때 힘이 없어서 품었던 새끼들은 제 새끼로 받아들였는데 다른 병아리는 매몰차게 대하는 거야. 

 닭이 엄마 없이 자라면 엄마품에서 자란 애들보다 개성이 강한 걸 느껴요. 엄마의 권력도 대단한 거거든. 그렇다면 모성애가 문명의 도덕이냐? 아니면 순수한 생리적 현상이냐? 생리적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인간애(人間愛)

 여성에게 모성애는 생리적이냐? 문명이냐? 사랑과 종교가 자연현상이냐, 문명의 결과냐를 묻는 게 철학을 만들어가는 문제 설정이라는 것이다. 닭의 생태를 보면 어떤 생리적 조건이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어미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인간도

남자나 여자가 자기 아이가 아닌 아이를 양육할 때 가학하거나 심지어 살해하는 과정에서 잔혹함을 볼 때, 과연 생리적 조건이 맞지 않기 때문인지 따져봐야 한다. 

 맹자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고 고독한 자나 환자를 대할 때 철저히 배려해야 한다고 한다. 인간은 자연을 넘어서 문명의 산물인 도덕을 통해 생리적 조건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중용(中庸) 

  요즘 희랍철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동양적 사고인 중용의 관점에서 희랍철학을 관조(觀照)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문명에서 논하는 중용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한자 문명은 백 년을 공부해도 끝이 닿지 않는 깊이가 있는 반면 희랍 문명은 깊이가 얕다. 철학은 과거를 끌어와 풀어헤치는 게 아니라 현재의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