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당신을
영화 “울지마 톤즈”는 장기간 내전으로 폐허가 된 아프리카 남부 수단의 톤즈란 작은 마을에서 사랑의 씨앗을 뿌리며 짧은 생애를 불꽃처럼 살다간 한 젊은 신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톤즈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건물과 그 흔한 잡초마저도 자라지 않는 황량한 불모의 땅이다.
이 마을엔 아프리카에서 용맹하기로 손꼽히는 딩카족이 살고 있다. 키가 평균 180cm로 건장하며 이마엔 V자 모양의 문신을 새겨 넣어 그들이 용맹스러운 전사의 후예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들은 오랜 내전으로 절망과 좌절을 해서일까? 무기력감이 가득하고 외부인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무표정한 검은 얼굴과 초점 잃은 커다란 눈망울에서 전쟁으로부터 상실되어 버린 그들의 삶의 무게를 가늠케 할 뿐이다. 아직도 내전이 끝나지 않아 가끔씩 총성이 들리고 있는 전쟁터, 그곳이 바로 톤즈다.
그 마을에 사랑의 밀알을 뿌린 신부가 있다. 사랑과 헌신 그리고 진정한 나눔을 실천한 사람, 아픈 사람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외롭고 슬픈 사람들을 위로하며 희망을 심어준 사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학교를 짓고 교육 사업을 한 사람, 바로 이 태석 신부다. 그는 단 하루도 편하게 잠자리에 누어본 적이 없었다. 조각 잠을 자다가도 환자가 찾아오면 치료해주고 한 번도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 일이 없었다.
이 신부는 “돈 보스코 브라스밴드”를 결성하여 어릴 때 독학으로 배웠던 피아노, 기타, 그리고 작사 작곡 등 풍부한 음악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리듬감이 풍부한 단원들은 악기연주에 쉽게 빠져들었다. 음악은 절망과 좌절에 빠져 있던 톤즈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꿈을 심어 주었다. 톤즈 아이들은 이 신부를 잘 따랐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할 때면 “사랑해”란 노래를 자주 불러 주었다.
이 신부는 톤즈를 돕는 후원회를 결성하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잠시 들린 고국 땅에서 몸에 이상증상을 느끼고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쉼 없이 고단한 삶을 살아왔던 이 신부는 결국 잠깐 들렸던 고국 땅에서 영면했다.
톤즈 마을에서 이 신부의 영결식이 열렸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영정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사랑해”란 노래를 불렀다. 헌신적인 삶을 살고 간 한 인간의 영정 앞에서 그동안 메말라 버린 줄만 알았던 눈물샘이 터져 버린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제 각각의 능력과 달란트를 갖고 태어난다. 분명히 이 신부는 다섯 달란트를 받은 착하고 충성된 종 이었을 것 같다. 아마도 그는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하기 위해 남들보다 조금 일찍 본향(本鄕)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가 즐겨 불렀던 “사랑해”란 노래 가사가 마지막 갈 길을 위해 준비한 듯해 가슴이 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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