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느 기러기 아빠의 죽음을 보면서

해암 송구호 2012. 11. 12. 17:16

 

어느 기러기 아빠의 죽음을 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최대 화두는 Speed(속도)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새롭게 바뀌고 첨단화되는 기술력 앞에서 깜짝 놀라게 된다. 어제까지 쓰던 기계는 오늘 쓸모없는 고철에 불과해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고 어느 분야에서든 기술경쟁의 우위를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분초를 다투고 있다. 얼마 전 출판업을 하는 친구의 사무실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출판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터라 인쇄기술의 발전사를 몸으로 느끼며 살아왔고 현재도 뼈저리게 느끼며 살고 있다. 친구는 최근 큰돈을 투자해 새롭게 사들인 기계가 쓸모없게 되었다며 큰 걱정을 했다. 예전엔 꼭 필요한 공정이었지만 지금은 그 공정 없이 곧바로 인쇄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속도에 대한 변화는 대중가요를 들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시대의 변천과 함께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이 부르고 있는 랩송은 부를 때 숨쉬기도 어려울 만큼 빠르고 도저히 따라 하기 어렵다. 속도는 가족구성원의 형태까지도 바꾸어 핵가족보다 더 작은 구성원으로 변화 되고 있다. 싱글로 남거나 또는 서로 합의하에 자녀를 갖지 않는 조건으로 결혼을 한다. 또한 가족의 해체와 더불어 가족의 재결합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혈연과 무관한 가족(Patch work-Familian)이 한 구성원을 이루며 산다. 이것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 적응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우리나라의 사교육 열풍은 도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 되었다. 한참 뛰어 놀아야 하고 사색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겨야 할 꿈 많은 청소년들은 단지 유명대학 입학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입시공부만 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최근엔 조기유학 바람이 불어 어린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내의 입시중심교육에서 벗어나 넓고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교육시켜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조기유학이란 초강수를 둔 것이다. 그래서 생겨난 단어가 “기러기 아빠”다. 기러기 아빠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가족을 해외로 보내고 외로움을 참고 견뎌내며 혼자 빈집에서 외롭게 사는 아버지를 비유하는 말이다. 얼마 전 조기유학 중 갑자기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이를 비관하던 세 모녀가 자살하자 장례를 치르러 갔던 기러기 아빠마저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죽음이란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은 사회적 냉대와 무관심이 무섭고 두려웠다고 한다. 이웃은 있지만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 각자의 숨 가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속도(速道)의 노예다. 변화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두려움과 공포로부터 벗어나 마음의 평안함을 얻을 수 있는 길은 하나님과의 만남이다. 목표 지향적 삶속에 상실되었던 존재감을 되찾고 이웃 간에도 따듯한 정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여유란 쉼표를 갖고 살자.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해 당신을  (0) 2012.11.12
거리를 속도로 줄여가는 신작로  (0) 2012.11.12
이집트왕 파라오가 꿈꾼 영원한 삶  (0) 2012.11.12
아버지 살려주소서  (0) 2012.11.12
광해  (0) 201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