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중 놀란 것 중 하나는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지대다. 고속도로에서 멀리 지평선이 보이는 곳까지 목초지가 펼쳐진 것을 보면서 신세계를 본 느낌이었다. 한 시간 넘게 달려도 주택이 보이질 않고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 우리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산이 보이고 어디든 주택과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이국땅의 풍경이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은행직원들의 명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IMF 때 금융위기를 겪은 후 프랫폼 개발로 운영체계를 전산화 및 자동화하면서 많은 인원이 구조조정 되었고, 최근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은행 창구를 들르는 고객이 감소하자 은행이 점차 규모를 줄여가고 있다. 규모가 줄고 잉여인력이 늘어나자 명퇴바람이 부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정해진 수순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명퇴 대상이 78년생까지 내려갔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다. 취업을 해보지 못한 청년 실업자와 구직을 해도 기업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구조조정에 마음 편한 날 없이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 직장생활 10년 만에 퇴직을 생각해야 하는 세대에게 결혼과 자녀 출산은 꿈일 수 있다.
얼마 전 30대 주부가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두 자녀를 밖으로 내던진 후 자신도 뛰어내려 자살한 사고가 있었다. 한 아이는 다행히 목숨은 붙어있다지만 정상인으로 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음에 병은 걷보기와 달리 사람을 극단의 상태로 몰고 간다.최근 유명 한 아이돌 가수가 자살한 것도 마음의 병인 우울증 때문이었다. 문제는 자신 뿐만 아니라 갓 태어난 아이들까지 동반 자살을 꾀한 점이다. 남편과 불화, 가정 경제의 붕괴 등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가는 길에 굳이 어린 자식을 길동무로 삼았어야 했나? 하는 점이다.
4차 혁명은 사람들의 일을 기계가 대신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부분적으로는 이미 시작된 곳도 있다. 제품 생산공장의 로봇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자동화 씨스템으로 통칭되는데 무인공장이 늘어가고 있다. 물류 시장도 창고와 운반에 무인화시스템이 적용되어 가고 있다. 드론을 이용한 배달은 이미 시험을 마친 단계다. 남은 과제는 정부에서 지번을 보다 세밀하게 나누어 드론이 정확한 목표지를 찾도록 하는 일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음식점에서 무인계산대의 등장도 눈에 뜨인다. 손님이 주문과 계산을 하는 방식이다. 집안에 모든 제어 기능이 집밖에서 이뤄지는 스마트 홈이 진행되고 있고 집안에서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제어장치가 보급된 상태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7,350원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상향 조절해서 소득 불균형을 완화시키려 했는데 그 의도가 빗나가고 있는 것 같다. 임금인상으로 고용시장은 경색되고 말았다. 소규모 영세기업은 임금 인상 대신 인원을 감축하는 방향에서 활로를 찾으려 하고 대기업은 무인화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임금이 싼 해외로 공장 이전을 모색하고, 판매가를 올려 임금 인상분을 상쇄(相殺)하려 한다. 고무풍선 효과다. 한 쪽을 압박하면 다른 곳이 팽팽해지는 것이다. 향후 인력 감축은 완급 조절이 필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이뤄 질 것이다. 기업에 의존해서 살 수 있는 시대의 종말이 눈 앞에 와 있다.
영등포 공무원학원가에 가면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과거에 사법고시가 치러지던 때 서울대 주변에 고시촌처럼, 미래가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 시험에 온 나라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시험준비를 하느라 힘겨운 시간을 견디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4차 혁명의 바람이 공무원들에게만 피해갈 수 없는 법이다. 적용시기가 더뎌질 뿐이지 사무 자동화는 큰 틀에서 바뀌지 않는 대세다. 특히 행정업무에 대한 자동화는 현재 여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나 은행처럼 서두르지 않고 있을 뿐이다.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뻔한 변화는 외면한 채 눈 앞의 현상만 보고 공시에 올인하고 있는데, 공무원은 철밥통이란 법칙도 언제든 깨질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까지 살아온 방식은 앞으로 통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이다. 최근 온라인 쇼핑몰이 늘어가면서 백화점의 존재는 사라져가고 있다. 대형 건물에 유령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위해 복합 쇼핑몰(고양스타필드)이 등장했다.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쇼핑 오락몰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잠깐 흥미를 끌게 될 것이다. 인터넷 시장의 확장성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집중하는 것은 가격, 품질과 편의성이 백화점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또 손쉽게 반품처리가 되니 바쁜 현대인에게 안성마춤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가미된 3차원 가상 공간은 실물의 제품과 똑같은 물건을 고르고 자신의 체형에 맞는지 피팅하는 것 까지 가능하게 된다면 수효는 더욱 늘게 될 것이다. 반면 백화점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
대기업은 빅 데터를 활용한 정보 분석력이 극대화 되면서 사업의 다각화를 통해 현재보다 더욱 큰 폭의 성장을 이룰 것이다. 국가간 네트워크보다 더 정밀해서 국가의 결정을 앞서게 되고 기업 스스로 외부 세력에 맞서는 힘을 구축하면서 국가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약화될 수 있다. 반면 국가의 세수원(稅收原)이던 중산층의 몰락으로 국가의 권력구조는 약화될 것이다. 가장 취약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국가 안보와 경찰 업무다.
가까운 미래 대량 실업은 사회 갈등의 한 축이 될 것이다.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사회는 더욱 불안하고 우울해질 것이다. 레밍효과가 발생되어 자살율이 급격하게 증가 할 수 있다. 이 현상은 집단이 어느 순간 패닉상태에 빠지고, 삶의 의미를 잃게 되면서 자살하는 현상으로 베르테르 효과와는 구별 된다.
최근 나는 젊은이들에게 가업 제 1세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기업에 기대어 살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국가 정책이 미래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순응할 수 있을 지도 미지 수다. 만약 가까운 미래 공무원 감원이 시작되면 또 다른 충격과 함께 사회 혼란을 맞게 될지 모른다.
염소와 양은 풀뿌리를 남김없이 먹어치우기 때문에 초원을 사막으로 만든다고 한다. 내일을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눈앞에 보이는 득실만 계산하다 보면 재앙을 초래 할 수 있다.
유럽의 초원이 부럽다. 4차 혁명에 의해 기계문명이 인류에게 설 자리를 빼앗더라도 되돌아갈 땅이 있다면 호구책은 해결 될 터니 말이다. 실직 후, 먹고 살 일이 걱정되서 아파트 난간에 선 사람들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이 죽음의 공포를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공무원 시험에 목메는 제(諸)들도 코박고 공부만 하다 크게 실망할까 우려(憂慮) 된다. 철 밥통 타령 언제까지 통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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