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를 이용한 미로(迷路) 찾기 실험에서 개미 다리에 가느다란 명주실을 묶어 두고 출구쪽에 꿀을 발라 유인하면 개미는 꿀이 있는 입구쪽을 향해 본능적으로 이동한다. 먹이 활동의 본능적 욕구가 개미의 촉을 자극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과거 이래로 이제까지 무엇을 통해 자극을 받고 촉을 세우며 문명을 진보시켜 왔는가? 성경에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열매 선악과를 취한 후 노동과 출산이란 멍애를 짊어지고 산다. 시지프스가 무거운운 돌을 산꼭대기로 밀어올리는 형벌을 반복하는 고통을 겪는 것처럼 남자는 노동을 통해 여자는 출산이란 고통을 통해 신의 계율을 범한 죄값을 치뤄야하는 것 이게 바로 성서에 기록되어 있는 실락원으로, 인간 세상이다.
노동 해방은 지상 과업이 되었고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로봇"이 만들어져 상용화를 코앞에 두고 있다. 로봇은 노동( Labor)이란 체코어에서 유래 되었으며, 노동으로부터 해방을 꿈꿔 온 인간 꿈의 결정체로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의 능력을 온전히 담는 것으로 인간과 감정을 주고 받으며 학습을 통해 점점 지능이 발달하도록 설계되었다. 로봇의 외형도 점차 인간의 피부와 흡사한 상태로 발전되어 간다고 가정할 때 인간과 로봇을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때가 가까운 미래 도래 할 것이다.
엑스 마키나는 인간과 로봇이 감정을 서로 주고 받으며 두뇌싸움을 통해 마지막 순간까지 어떤 결말이 날지 궁금케 하는 영화다. 컴퓨터 프로그램어인 칼렙은 "블루룩"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 직원이다. 운좋게 사내 경품행사에 일등으로 당첨되며 이 회사 회장과 일주일간 함께하는 영예를 안았다. 네이든 회장은 비밀리에 실험실을 만들어 놓고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을 개발했고 마지막으로 로봇의 "튜링 테스트"를 남겨두고 있다. 튜링 테스트는 인간과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간에 소통실험으로 인간이 상대가 로봇이란 점을 느끼지 못하면 합격하는 것이다.
네이든 사장은 치밀하게 실험에 참가 할 대상을 골랐는데 가장 적임자가 바로 칼튼이다. 칼튼은 어릴 때 가족여행를 가다 교통사고로 양 부모를 잃었다. 그 역시 큰 부상을 입고 1년 간 병원에 입원 했을 때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대학에서 프로그램을 공부, 이 분야에 최고로 인정 받고 블루룩에 입사하게 되었다.
네이든 회장은 실험실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건물을 지을 때 참여했던 사람들을 모두 사고사로 위장해 죽인 후 이곳을 외부와 철저히 차단 시켜 놓고 인공지능 로봇 개발을 극비리 해왔다. 칼렙을 마치 추첨에 당첨 된 것처럼 꾸민 것도 실험에 참여시킨 후 처리를 염두에 둔 조치다.
인공지능을 갖고 있는 "에이바"는 언어는 기본적으로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다. 그리고 일반 기계가 갖추지 않은 성(性)을 지니고 있다. 물론 여자로 만들어져 있고 그녀를 만든 네이든은 설계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 만약 중성으로 만들 경우 성적 매력(魅力)을 지니지 못해 감정을 교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성의 외모만 갖춘 것이 아니라 그녀는 이성적 호감을 느끼거나, 성기를 자극하면 흥분하고 관계도 가질 수 있는 완벽한 여성이다.
첫째 날, 칼럽은 에이바를 만난다. 칼렙이 갖고 있는 출입카드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며 에이바 역시 연구실을 벗어나 본적이 없다. 둘이 만나는 방은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다. 칼렙이 유리방에서 처음 목격한 것은 누군가 주먹으로 유리벽을 처 부서진 모습이다. 연구실로 한계 된 "폐쇄적 공간"이 갖는 의미는 이 영화를 끌고 가는 또 다른 힘이다. 칼렙이 에이바를 튜링 테스트하는 기간 칠일과 폐쇄적 공간은 천지창조의 7일과 에덴동산을 연상시킴으로 "신의 창조물'과 "인간의 창조물"을 대비시키려는 의도가 복선으로 깔려있다.
신의 창조물은 금단의 열매 선악과를 몰래 먹고 에덴의 동산에서 쫒겨났다. 반면 인간의 창조물은 실험실에서 벗어나 인간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그들의 최대 욕망, 아니 목표다.
처음 만남에서 둘은 언어 습득 과정의 차이를 이야기 한다. 인간은 태어나 성장하면서 언어를 몸으로 체득하지만 인조인간 에이바는 태어나면서 부터 말을 할줄 안다. 에이바가 언어 습득 과정의 차이를 말하자 칼렙은 인간은 언어를 갖고 태어나 살면서 체계를 완성해 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에이바의 처지(處地)를 이해하려 한다.
둘째 날, 에이바는 그녀가 그린 그림을 칼렙에게 보여 준다. 감정이 이입되지 않은 낙서 수준의 그림이다. 칼렙은 그림을 그릴 때 감정이 들어간 피사체를 그려보라고 충고 한다. 에이바는 일방적으로 던지는 질문에서는 우정이 싹틀 수 없다며 서로 묻고 답하는 대화를 제의한다. 에이바는 실험실에서 네이든 회장이 둘의 대화를 모니터링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내면에 숨기고 있던 말을 할 때는 그녀의 능력 중 하나인 전기유도( Induction)기능을 이용 실험실에 있는 전원을 꺼버린다. 의도적으로 정전을 시킨 에이바는 "네이든 회장이 하는 말을 믿지마라 그의 말은 전부 거짓말이다"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칼렙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튜링 테스트 후 자신의 거취문제, 에이바가 한 말이 네이든 회장의 실험 계획에 포함 된 것인지 아니면 에이바가 자신의 생각을 말 한 것인지 등을 놓고 갈등한다.
셋째 날, 네이든 회장의 식사 및 가사일을 돌봐주는 도우미 코코는 말 못하는 벙어리 로봇이다. 네이든 회장은 그녀를 자신의 성적인 파트너겸 가사 도우미로 쓰고 있다. 특이한 것은 둘 사이에는 그 이상 감정의 발전이 없다는 점이다. 반면 신의 창조물은 남자들로 부터 요구하는 것이 많다. 아니 요구보다 간섭이 많다는 점이 다르다.
네이든 회장은 에이바를 만들기 전에 전 세계인의 스마트폰에서 표정을 스캔받아 그녀를 제작했는데 특히 칼렙이 좋아하는 여자상을 담고 있었다. 에이바는 칼렙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눈을 감으라고 한 뒤 그녀는 인조인간으로 비춰진 자신의 외모를 감출 옷을 입고 등장한다. 그리고 칼렙의 변화를 스캔 한다. 에이바는 칼렙이 자신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을 좋아하냐고 묻는다 에이바도 칼렙에게 관심을 갖고 자신을 지켜봐 달라는 부탁을 한다. 서로 좋은 감정을 싹티우는 것은 순수함이냐, 아니면 계획된 접근이냐는 튜링 테스트 과정에서 밝혀지게 된다.
네째 날, 칼렙은 에이바의 삶과 닮은 "메리"의 삶을 이야기 한다. 흑, 백의 방에서 삶을 살았던 메리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는 자신 스스로가 세상의 빛을 거부하고 흑, 백의 공간에 머물렀다. 에이바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 없이 실험실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칼렙은 자신이 연구 목적으로 네이든 회장이 접근 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고 자신도 혹시 인조인간이 아닐까란의구심(疑懼心)에 면도칼로 팔에 상처를 내 확인 한다. 네이든 회장의 말을 믿지말라는 에이바의 말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을지 모른다. 이러한 상황들은 결국 칼렙과 에이바가 함께 연구소를 탈출 하려는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신과 인간의 창조물이 추방과 탈출로 대비되는 대목이다.
다섯 째날, 에이바는 칼렙에게 단도 직입적으로 그가 좋은 사람인가를 묻는다. 칼렙이 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튜링 테스트" 후 자신의 처리 문제를 묻는다. 칼렙은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라 모른다고 솔직히 대답한다. 그녀는 당신과 함께 세상 밖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고백한다.
칼렙은 네이든 회장과 에이바의 튜링테스트 이후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에이바 후속 모델이 완성돼 있어 업그레이드 작업이 곧 있을 것이란 말을 듣는다. 인공지능은 창조가 아니라 진화라는 말을 하는 네이든 회장은 미래 인간은 아프리카 화석으로 인식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는 경고를 한다. 칼렙은 원폭을 만든 오펜하이머의 말을 인용 "나는 죽음이자 세상의 파괴자로다."라고 응수한다. 그런 칼렙의 말에 네이든은 자조석인 말로 "전에 했던 선한 일이 널 지켜 주리라"라고 하며 인공지능은 프로메우스의 불과 같다고 경고한다.
네이든 회장이 만취한 상태로 쓰러져 있을 때 그의 주머니에서 보안키를 훔친 칼렙은 보안 프로그램의 실행 모드를 바꿨다. 에이버와 함께 연구소를 탈출 할 수 있도록 사전 계획한 일 이다.
여섯 째 날, 에이바에게 탈출 계획을 말한 칼렙은 작전 실행에 돌입 한다. 네이든 회장에게 술을 먹인 후 에이바와 탈출 할 계획이다. 그러나 네이든 회장은 그들의 사전 계획을 알고 있다. 비상 전원이 작동해 정전 중 대화마져도 감청이 가능하도록 설계 되어 있었다. 네이든 회장은 에이바를 미로속에 갖힌 쥐에 비유했다. 그 사실을 에이바에게 인지시켜 주었고 그녀가 탈출에 성공하려면 상상력, 통제력, 섹시함, 공감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번 실험은 성공이라고 자평한다.
네이든 회장은 평소 코코가 그의 말을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폭언과 비하적인 말을 했는데 에이바는 코코를 자신의 탈출을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통제구역 밖으로 나오는 에이바를 제제 시키려던 네이든은 코코의 칼을 맞고 쓰러진다. 에이바의 탈출은 칼렙이 전날 보안장치를 해체시킨 것으로 가능하게 되었지만 칼렙은 에이바의 배신으로 연구실에 갖히고 만다.
칠일 째, 에이바는 칼렙을 이용한 뒤 그를 실험실에 가두고 세상 밖으로 탈출 한다. 인간은 인공지능의 두뇌를 뛰어넘지 못하고 종국(終局)에는 인공지능 로봇에 지배 당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다. 신의 창조물은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의 창조물은 인간을 파멸시킨다는 점이 서로 대비된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형벌에서 벗어나려 대리자(로봇)를 내세웠으나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며 인간이 설 땅을 빼앗기게 되고 도태되어 아프리카의 화석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말, 인공지능의 개발은 분명 프로메우스의 불처럼 인류에게 필요하지만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