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은수저의 갑질

해암 송구호 2014. 12. 20. 07:21

얼마전 대한민국 국민은 국민의 평등성을 의심받는 봉건시대로의 회귀를 경험했다. "땅콩회항사건"이다. 경위는 이렇다. 뉴욕에서 공항을 막 이륙하려던 비행기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박사무장을 내려놓고 이륙한  사건이다. 항공기에서 도대체 무슨일이 생겼던 걸까? 기내엔 특별해도 아주 특별한 갑, 칼의 조부사장이 타고 있었다. 탑승전 이미 알콜을 마셔서 일까? 아님 말그대로 갑질을 해댈 생각일까? 승무원의 1등석 기내 써비스를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땅콩을 봉지째 주느냐, 접시에 담아 주느냐를 두고 이를테면 사무장에게 불러 따져 묻고 근거를 대라 했는데 사무장이 당황해 하자  서류파일로 손등을 치고 마침내 박사무장을 내리라고 해서 비행기는 활주로에서 되돌아가 사무장을 내려놓고 이륙한 사건이다.

 항공회사 칼의 오너가 자신의 직장직원을 교육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항공기도 회사물건의 일부, 더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우리 아버지꺼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비행기를 이용하려던 승객들은 볼모 아닌 볼모가 됐고 회항에 대한 경위도 듣지 못한 채 불안에 떨어야 했다. 육지도 아니고 공중을 날아야 하는 비행기의 기체 결함은 곧 생사를 가르는 최악의 상황과 맞다으니 불안할 밖에, 그리고 졸지에 한사람의 운명은 바람앞에 등불이 되고 말았다. 박사무장이다. "야 ! 너 내려" 이 한마디의 위력은 너무도 커다란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우선 이국 땅에 홀로 남게 됐다는 불안감이 그의 감정을 어지럽혔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다가온 것이 직장에서 자신에게 대할 싸늘한 반응 이었을 것이다. "땅콩회항 사건"은 세간에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국토부의 조사 과정에서 국민들은 못 볼꼴을 또 봤다. 세월호 때 국가적인 적폐라며 관피아 척결을 외쳤는데 여기에도 관피아가 존재한 것이다.

박사무장이 국토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대한항공 임원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옆에서 들었다고 한다. 심지어 대한항공에 박사무장의 진술을 다시 써오도록 해 담당 임원은 박 사무장을 앞에 앉혀놓고 받아쓰기하듯 무려 10여차례 수정을 해가며 진술서를 수정 작성해야했다.

박 사무장은 당 시 참담한 상황에 대해"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아 어떤 모욕도 참아야 했다."고 말했다. 지금 조부사장의 문제는 크게 회항의 명령을 누가 했느냐와 조부사장이 박 사무장을 폭행 했느냐 여부다. 칼은 이부분에 대한 것을 은폐내지 조작하려 하고 있으나 매일 번복하고 있는 말들이 국민을 실망케한다. 아니 실망을 떠나 우스운 꼴을 보며 어이없어 한다. 특히 전면에서 일을 수습하려는 칼 임원의 모습은 광대와 같다.

 기만의 극치는 회사 내에서 검찰 출두를 앞두고 예행 연습을 하는 모습이다. 마치 영화의 한장면을 연상케 하는 리얼한 모습이 뉴스를 탔다. 이번 참에 "칼의갑질"이라는 영화한편 찍으면 어떨까? 기업의 문화도 그 나름의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 듣자하니 승무원들은 오너가족이 탑승하는 날은 좌불안석이었던 모양이다. 아마 갑질도 모자라 똥칠까지 해왔던 모양이다. 이런 면면을 볼 때 올 것이 왔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자성의 소리도 들린다. 아마 이번 일로 칼의 기업 이미지는 크게 손상될 것이다. 이미 주가는 곤두박질 치고있다. 기업의 도덕성은 미래가치의 바로미터다. 이번 사고를 대처하는 모습에서 칼의 운명은 썩 밝아보이지 않는다.

어느 조직이든 조직을 이끄는 경영진은 작은 일일수록 가치를 두고 처리 해야한다. S호텔의 이부진 부사장의 일화를 여기 소개한다. 호텔 입구에 회전문을 택시가 들이받은 사고가 있었다. 연세가 많은 택시기사의 실수였다. 그런데 회전문의 수리비가 자그만치 4억이나 들었다. 택시기사가 감당하기에 너무 큰 돈이었다. 그러나 이부사장은 비용을 사비로 처리하고 오히려 직원을 시켜 반지하방에서 생활하는 택시기사의 건강을 염려하고 위로했다고 한다. 기업의 오너는 미래 최소 30년을 내다보는 안목을 지녀야 기업이 살아 남을 수 있다고 한다. S사는 미래 가치를 사람으로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기업가적 안목이 뛰어난 선대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오늘날까지 승승장구 하고 있다. 최소한 그들은 갑질은 하지 않는다. 갑질이 아니라 약자를 보면 그들을 도와주려 한다. 

 개가 짖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사납고 용맹스러운 개는 짖지 않는다. 매순간을 지켜보고 그 상황에 대처하려는 눈만 번뜩일 뿐이다. "Watch dog"으로 ...

 약자에게는 최소한 관용을 베프는 것이 진정한 강자의 모습이다. 사무장을 손찌검한 부사장은 지금 머리를 들지 못한체 여론의 뭇매를 맞고있다. 그리고 그 자식을 감싸주려던 아버지마져 아니 그 기업마져 이미지가 크게 실추 됐다. 그간의 상황을 두고 볼 때 얼마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제까지 그랬으니 말이다. 그러나 기업의 미래마져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화라면 이기업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옛날 왕조시대 때 왕의 입만 보고 살던 간신나라 충신처럼 잣대도 없이 막무가네식 대응을 하는 칼사 임원진을 보며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은 그 크기에 맞는 모습을 갖출 때 스스로가 똑바로 나아갈 수 있다. 

요즘 국민들은 국격을 떨어트리는 K사에 H로 상호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솔솔 흘러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를 놓고 볼 때는 분명 그럴 자격이 없다. 문제의 발단에서 처리 과정 모두가 옳지도  않았고 처리과정도 저급하기 짝이 없었다. 정말  이정도라면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면 이참에 바꾸는 것도 대안이라 싶다. 갑질은 국회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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