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강의

도올 김용옥 서양철학사 23강

해암 송구호 2021. 12. 6. 11:10

THESE :  뚜장옌과 글로벌 센터 

 

사천사범대학교 강의 : 아내의 제자인 연세대 김현철 교수의 요청으로 중국 쓰촨 성에 다녀왔다. 쓰촨 성 지역은 눈을 볼 수 없는 지역인데 날씨가 몹시 추웠다. 특히 겨울엔 안개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끼는데, 이 지역의 일상을 사자성어로 표현한 게 촉견폐일(蜀犬吠日)이다. 산이 높고 안개가 짙게 끼어 어쩌다 해가 보이면 개가 짖는다는 데서 온 말로 속뜻은 식견이 좁은 사람이 현인의 언행을 의심한다는 뜻을 담고있다. 사천지역은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중국 요리의 중심지라는 자부심이 강했다. 문제는 내가 이곳에 머물면서 일 주일동안 이 지역 명사들과 교류하느라 세끼를 거르지 않고 최고의 음식을 대접받다 보니 몸이 급작스레 노화가 왔다. 오줌을 누니 오줌에 기름이 둥둥 떠있고 탁해서 섭생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음식이라는 게 가끔 굶기도 하고 간단하게 먹기도 해야하는데 삼시 세 끼를 다 챙겨 먹다 보니 이게 할 짓이 아닌 것 같다. 이곳 음식의 특징은 산초 계열의 매운 후추가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데, 음식을 이렇게 맵게 먹는 이유는, 이 지역이 습기가 많아 질병에 걸릴 위험이 많아 몸에 수분을 태워서 따듯하게 하려는 조상들의 지혜가 이어져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쓰촨 성은 해발고도가 350 ~450도에 구릉지가 90%인 데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4000m급 고산지대가 있는 타림분지다. 사천성에는 국가급의 사천대학교가 있고 사천 사범대학이 있는데 연세대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사천 사범대학은 아무래도 학생들의 교육 수준은 사천대학교보다 떨어진다. 이번 강의 때 아이들이 강의를 이해하는 정도가 연변에 고생했을 때보다 못했다. 

 

외모(外貌)에 대한 평가로 받는 상처  :  내가 아내와 어디를 다니다 보면 아내가 나이가 들어보인다고 해서 그런 말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는데 아내의 심정을 그땐 몰랐는데 쓰촨 성에 다녀온 뒤 친구를 만났는데 "야! 너 이제 니 나이로 보인다."는 말에 기분이 몹시 상했다. 쓰촨 성에 가서 음식 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이지경까지 될 줄은 몰랐다. 사람들은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걸 위대한 Concern(우려, 염려, 관심)으로 착각한다. 이런 관심 표명은 상대방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지역의 명사 중엔 소동파, 두보 등이 있다. 북경은 오염으로 앞이 안 보이지만, 이곳엔 겨울이 되면 물안개가 피어서 시계가 2미터정도 밖에 안 된다. 이번 여행에서 중국의 두 얼굴을 보고 왔다. 이천 이백년 전 중국 쓰촨 성의 "뚜장옌과 오늘의 쓰촨 성에 세워진 Global Center다. 중국의 변화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 

 

뚜장옌(都江堰) : 농경사회에서 치수가 가장 중요했는데 2,300년 전 이빙이라는 관리의 지혜가 돋보인 뚜장옌 

 BC 267년 진소왕(秦昭王)이 이빙(李冰)을 촉 군수로 임명하자 촉은 또 한번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촉은 평지가 많고 수량이 풍부해서 농업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 문제는 홍수 등의 수재를 자주 당한다는 점이었는데, 이에 촉은 치수(治水)”가 가장 중대한 사업 중 하나였다.

 

겨울철 민강(岷江) 상류

 

촉땅으로 부임한 이빙은 수재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해발 3~4,000m의 송판(松潘, 송반)에서 시작되는 민강(岷江)이 좁은 계곡을 따라 급하게 흐르며 평원까지 흘러 내려오는데, 해발 700m 부근에서부터 유속이 갑자기 느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리 되면 물과 함께 휩쓸려 온 모래나 진흙, 돌 등이 쌓이게 되는데 결국에는 물의 흐름을 막게 되고 강수량이 늘어나는 여름이나 가을에 자주 범람하여 수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보병구(宝瓶口)

 


 예전 촉의 두우 왕조(杜宇王朝)杜宇王朝시기에 개명 씨(开明氏)가开明氏)가 치수를 담당하였다. 그는 관현(灌县) 서쪽 옥루산(玉垒山)에 구멍을 하나 뚫었는데 보병 구(宝瓶口)라宝瓶口)라 한다. 이 구멍을 통해 민강의 일부분을 청두(成都, 성도)평원을 흐르게끔 유도를 했는데 민강의 물살을 완만히 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농경지에 물을 댈 수도 있었으니 1 2조였다. 다만, 보병구(宝瓶口)로 흘러 들어가는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어 수해에 대한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낱낱이 파헤친 이빙은 그전에 실행되었던 치수사업의 바탕 위에 민강 중류에 둑을 만들어 물길을 둘로 나누어 수량을 조절하고자 했으니, 그것이 바로 “뚜장옌(都江堰, 도강언)”이다.

 

   

 

 글로벌 센터 :  저녁때 심심해서 영화를 보려고 시내로 나갔는데 문화센터가 잠실운동장만큼 크게 지어졌다. 이곳에 절반을 LOTTEE백화점이 쓰고 있었는데 에스컬레이터가 5층 높이까지 깔려있었다. 이곳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많지 않아서 썰렁했다. 전기도 엄청나게 쓰이고 있었다. 속 빈 강정처럼 실속이 없어 보였다. 중국의 현재 모습에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결국 영화 보는 걸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과거 2천 년 전 중국의 모습과 크게 상반된 모습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뚜장옌이란 보를 만들어 넓은 평야에 물을 공급함으로써 풍작을 하던 조상들의 지혜를 보았고 다른 한편으로 최고, 최대라는 허울에 덧씌워진 현대의 중국 모습이다. 걷은 화려했지만 실속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