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강의

도올 김용옥 서양철학사 12강

해암 송구호 2021. 11. 23. 10:51

THESE : 로고스(Logos) - 헤라클레이토스

 

로고스 : Logos는 희랍에서 아주 보편적으로 다양하게 쓰이는 말이다. 헤라클레이토스에 의해 처음으로 철학적 개념으로 등장했다고 말하지만 그것조차 의문이 된다. 왜냐하면 Logos라는 말이 워낙 보편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희랍어에서 아주 다양한 말로 쓰이는 말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파편 몇 개에 나오는 말을 가지고 과연 그가 "로고스 이론 철학자"로 볼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도 도(道)는 개념은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그사람은 도가 있다, 우주에는 도가 있다. 그 사람은 도의 경지에 도달했다, 차를 먹어도 차도(茶道)가 있다. 차도는 대단한게 아니라 차를 먹는 방법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걸 영어로 번역하라고 하면 번역이 안 된다. 영어로는 소리 나는 대로 도(Tao)라고 쓴다. 유사한 표현이 있다면 The Way,  The Law 정도다. 희랍어의 로고스도 역시 따로 번역어가 없다. 그런데 우리말로 번역하라면 거의 도로 번역이 된다. 왜냐하면 Logos가 Legein(말한다, 말하여 진다)의 의미다. 내 로고스에 귀를 기울여라!라는 말은 내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뜻이지, 진리에 귀 기울이란 의미가 아니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나를 듣지 말고 로고스를 들으라!"는 말은 나를 보지 말고 내가 말하는 것을 들으란 이야기다. 로고스는 말, 법칙, 진리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데 도와 똑같다. 도의 기본적인 의미는 "말한다(講), 법칙, 진리, 길이란 의미다. 

 

 

바리톤 오현명씨가 부른 명태에 얽힌 인연 : "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떠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컷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 치고 춤추며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대만에 유학할 때 참사관 변 훈(1926~2000)이란 분과 만났다. 이분은 정말 잘생겼다. 키가 185cm에, 떡대가 쫙 벌어졌는데 머리를 길러서 올빽으로 묶고 연회장에 나타나 와인잔을 들고 서있으면, 모든 시선이 이 사람에게 쏠리는데 약간 거만해 보일정도였다. 외교관은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인데 윗사람에겐 허리도 굽히고 아부를 떨어야 하는데 그는 안 그랬다. 마치 자기 똘만이 보듯 그런 자세를 취하니까 위에 사람들은 싫어했다. 이 사람은 함흥 사람인데 연희전문학교 정치 외교학과를 나와, 외무고시를 패스한 외교부 정통 관료다.

 그는 본래 어려서부터 음악을 했고, 피아노를 잘쳤는데, 게다가 영어도 잘해 미 통역관으로 근무했었는데 6.25 사변을 맞아 대구에 내려갔을 때 "녹향"이라는 음악감상실을 드나들며 당시 이중섭(화가), 최정희(음악가)와 교류했다고 한다. 그는 나를 좋아해 자신 아들의 과외 공부를 부탁했고, 그게 연이 돼서 그 집을 자주 드나들게 됐다. 그의 부인은 절세미인이었다. 영화배우 김지미씨 보다 훨씬 더 예뻤다. 그리고 성품도 온화해 부인 덕을 많이 봤다. 그 당시엔 외교관의 대우가 지금보다 더 좋았던 거 같다. 부유함을 느낄 수 있는 게 고급 아파트에 차도 몇 대씩 굴리고 살았다.

 변 훈씨는 녹향에서 명태의 작사가 양 명문씨(1913~1985)를 처음 만났다고 했다. 그는 평양 출신으로 일본 동경 센슈다이 법학부 출신인데 이화대학교에서 일본어와 시론을 가리켰다. 시를 쓸 때 우회적으로 돌려서 표현하는 걸 싫어했다.

그의 시는 직설적 화법으로 썼는데 문단에선 그의 시를 "저게 무슨 시냐"며 배척했다. 그런데 명태같은 시를 보면 정말 탁월한 시다. 변훈 참사관은 그 시를 보자마자 자신이 곡을 써보겠다고 해서 작곡했는데, 유년시절 함흥에서 살 때 러시아 , 체코 병사들이 적군 합창단 노래를 틀어 놓고 "코작댄스"를 추던 걸 떠올리며 썼다고 하는데 외교관이 썼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말았다. 그런데 오현명 선생님을 만나 오늘날 가곡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오현명 선생과는 뉴욕에서 공부할 때 만났던 인연이 있다.

 

명태 가사를 보면 대구리는 대가리의 사투리고 노상은 SEX도 하고 새끼도 낳았다는 의미다. 공자의 시론에 보면 원망이 없어야 한다고 했는데 노래 소절에 보면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구경이나 한 후"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물에 걸리면 억울할 텐데 원망이 없다. 짜악 짝 찢어지어(십자가)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 만 남아 있으리라(부활). 명태, 명태라고 이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명태 시엔 동서 문명을 아우르고 있다. 난 이게 철학이라고 본다. 동양 사상은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이름을 남긴다는 것이다. 모든 진리를 역사 속에서, 현상 속에서, 현실 속에서 이야기한다. 명태와 향수의 멜로디, 가사와 작곡은 정말 탁월하다. 슬픔, 해탈, 관조가 명태의 삶 속에 녹아 있다. 이러한 감정적 표현을 희랍철학은 표현 못한다.

 

로고스의 용법 : 로고스는 희랍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진리(truth), 실재(real existence), 만물을 질서지우는 그 무엇, 생성 소멸 등으로 쓰인다.  이야기(story), 회담(narrative), 설명(explanation), 복음(news), 소식(tidings),말(talk), 연설(speech), 대화(conversation), 가치(worth), 존경(esteem), 생각(thought), 논쟁(argue), 원인(cause), 이유(reason), 논쟁(argument), 측정(measure), 서신(correspondence), 관계(relation), 비율(proportion), 원칙(principle), 법(law), 규칙(rule), faculty of reason, essential nature 등 로고스는 만물의 공통된 것, 인간의 정신, 통찰력, 사고력, 반추능력과 관련된 말로 쓰인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로고스가 "공통의 것이거늘 많은 사람들은 자기네 생각을 지닌 듯 살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보편적인 로고스 속에 속해 있다"라고 말한다. 또 무네사르코스의 아들 피타고라스에 대해서 "그는 어느 누구보다 더 탐구에 힘썼고 그 글을 발취해서 박식한 술책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피타고라스는 허튼소리를 하는 자의 원조다."라고 혹평했다.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나는 중시한다. 눈은 귀보다 더 정확한 증인이다. 깨어있는 자들에겐 하나이고 공통의 세계가 있다. 감각적인 세계를 시인한 것이다. 반면 잠든 자는 자기만의 세계로 돌아간다. 도를 현상 속에서 보자는 것과 같다. 보편적 로고스는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