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위대한 자

해암 송구호 2020. 6. 21. 05:31

  로마의 지도자에겐 지도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과정을 거친 후 민회에서 선거를 통해 지도자의 길을 걸어가게 된다. 검증된 사람만 집정관이란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행정업무를 맡아서 한다. 그리고 전쟁터에 나아가 전승을 올려야 하는데 병사들을 다루는 용인술이 이때 철저히 검증을 받게 된다. 공화정 시대는 로마 시민이 주인 노릇을 한 기간이었다. 왕정시대 로마 시민들은 폭정에 항거했고 타르키 니우스의 아들 쎅스투스가 자신의 친구 아내를 겁탈하자  블루투스는  타르키 니우스를 내쫓고 공화정 시대를 열었다. 예나 지금이나 성(性)은 사회의 골칫거리였던 것 같다. 

 

민주주의가 국시가 된  우리는 정치인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낮다.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 국회의원들은 고액의 세비를 챙기고 갖은 특혜를 누리면서 오로지 "자기 정치"에 빠져 산다. 선거철에 광장에서 대중과 만날 땐 세상에서 이보다 더 친절한 사람이 없을 것 같다가도 국회로 입성하는 순간부터 사람이 180도 달라져 딴 세상 사람이 되곤 해왔다. 그들을 뽑는 일 즉 권력의 힘은 민중으로부터 나왔지만 권력의 주체를 위한 공복이 아니라 자기 정치를 하는 도깨비가 되는 것이다. 시민들은 불만이 커도 입법권은 그들 손에 들려있고 그들에게 올바른 정치를 하도록 견제할 아무런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으니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가끔씩 언론 보도를 통해 문제점들을 지적하곤 했지만 늘 변화 없는 상태가 번복돼 왔다.

 

로마에도 국회와 비슷한 기능의 원로원이 있었다. 그들은 로마사회에서 귀족들로 자자손손 대물림을 하면서 국가의 대소사를 다룬다. 돈은 이미 풍부하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재력을 이용해서 로마와 로마 시민을 위해 무엇을 해서 명예를 얻을까를 고민했다. 도로를 건설하거나 목욕탕을 지어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자신과 가문의 영광으로 알았다. 그뿐 아니라 전쟁이 나면 자비로 무기를 마련해서 전쟁터에 나가 싸웠다. 전쟁에서 공을 세운 귀족은 민중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된다. 개선장군은 로마 시내를 돌면서 시민들의 환호를 받고 군에서 이룬 공은 훗날 정치인의 길을 갈 때 자양분이 됐다. 개선식 때 전차를 탄 개선장군 뒤에는 노예가 앉아서 " 너도 언젠간 죽게 되는 인간임을 잊지 마라!"라는 경고의 말을 끝없이 반복해서 하도록 한다. 권력을 쥐는 순간 인간의 탐욕이 자신의 눈을 가리기 때문에 그걸 경계하려는 의도에서 그랬을 것이다.

 

로마와 확연히 다른점은 정치인의 빈부 차이다. 로마인들은 돈이 있어야 정치를 할 수 있었다. 부패의 시작은 돈이 있느냐 없느냐에서 시작된다고 봤던 것 같다. 물론 이런 전래도 삼두정치가 시작될 무렵 크라수스는 돈을 모으려는 욕심이 끝이 없었던 걸로 유명했다. 그도 카이사르처럼 전쟁의 공을 세우려고 파르티야로 원정을 갔다가 대패한 후 포로로 잡혀 파르티야 왕에게 죽임을 당할 때 입속에 황금 물을 쏟아부었다고 하는데 아마 그의 재물에 대한 욕심이 이웃나라에도 알려질 정도로 유명했던 것 같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로마인들은 법을 엄격하게 지키려고 노력했다. 법은 곧 인간이 신의 계율을 지키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통해 신에게 인정받  받길 원했던 것일지 모른다. 신의 뜻과 그동안  쌓아온 정치 경력은 로마시민들의 민회 투표를 통해 지도자의 길을 걸어가는 과정 중 하나다. 다시말해 검증된 사람만 집정관이란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사무관과 법무관 등 행정, 사법 업무를 맡아서 했다. 그리고 전쟁터에 나아가 전승을 올려야 하는데 병사들을 다루는 용인술이 이때 철저히 검증을 받게 된다. 집정관도 독재를 막기위해 2명을 선출했고 국가 비상시엔 독재관을 뽑아서 위난을 극복했다. 반면 제정시대로 가면서 원로원의 기능이 유야무야 됐고 민회의 기능도 약화됐다. 또 황제도 세습화되면서 타락하기 시작해 점점 무능해지게 되면서 군부세력이 참주를 칭하며 로마를 겁탈하게 됐고, 국경을 지키던 군인들이 쿠테타 성공을  통해 얻어지는 격려금에  촉각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로마의 국경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세비를 올리고 자신의 연금까지 받도록 법을 만들었다. 여야가 자기의 이익을 구하는 데 하나가 되는 모습이다. 반면 민생법은 뒷전으로 한채 당쟁만 일삼고 있는 형국이다. 20대 국회를 식물국회라고 자타가 공인했는데 21대는 상임위배정을 놓고 공전을 거듭하는 꼴이 전과 대동소이하다. 북한은 노골적으로 도발을 공언한 상태에서 어제는 개성에 있는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해버렸다. 청와대는 북의 담화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동분서주하는 꼴을 눈뜨고 보고 있지니 낮뜨겁다. 국가가 있기나 한 걸까? 과거 국난 때처럼 외세를 끌어들여 해결하려고 하는 건가? 국가의 지도자는 우유부단해선 안된다. 국익이 무엇인가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최우선 과제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임기내 정치적 업적을 쌓으려는 욕심에 북한의 방종을 좌시해도 안 된다. 국방에 허점이 드러나고 군의 기강이 무너졌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것도 불안한 요소 중 하나다. 

  

  우리나라처럼 남북이 대치된 유일한 분단국가는 국가지도자가 문무를 겸해야 제대로 된 통치할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처럼 강단 있고 적에게 단호함을 보일 수 있는 대통령이 제격이다. 애국애족이 무엇이던가? 민선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으로 엄중한 시국에 맞서 대응하기엔 강단이 부족한 것 같다. 현 상황에서 대통령을 바꾸진 못해도 참모진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듯하는 가죽잠바의 국방장관은 현 시국을 타게 할 적임자가 아닐 듯하다. 또 북한에서 한마디 내 던질 때마다 곧바로 그들의 요구를 어떻게 들어줄까 좌불안석인 청와대 참모진들의 태도를 보면서 이게 나라인가? 이 나라에 무슨 계획은 세워져 있는걸까? 의구심이 든다. 기생충에서 사증을 위조해 과외선생을 하게 된 아들 기우를 향해 기택은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고 감탄사를 했던 것처럼 우리도 이 정부가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고 깜짝 놀랄만한 일을 이번 기회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