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과 광화문에 몰려든 인파
노스트라다무스, 바바 반가는 예언가로 이름을 얻었다. 노스트라다무스는 르네상스 시대에 의사이자 점성술사였고, 바바 반가는 20세기에 토네이도로 실명한 후 환영을 보게 되면서 미래를 예언하게 된 사람이다. 한 치 앞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게 미래를 예측하고 그 예측이 맞아떨어졌을 때 느끼는 두려움 반 신비(神秘)함 반으로 예언가를 바라보게 되고 나도 모르게 그의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게 된다. 요즘 과거 안 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선거 유세 때 했던 연설이 세간(世間)에 회자(膾炙) 되면서 그의 놀라운 선견지명(先見之明)에 탄복한 대중들이 그를 안스트라다무스라고 말하고 있다.
최순실의 섭정(攝政)으로 멍이 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로부터 2017년 3월 10일 재판관 8명의 전원 일치 탄핵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된 후 다시 뽑게 된 선거유세 때 안 철수 후보는 "만약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는 분열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가 되고,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과거로 되돌아가는 그런 나라가 될 거"라고 했던 말이 딱 맞아떨어지니 놀랍고 신비해서 그를 안스트라다무스라고 부르는 것이다.
요즘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조국 사수,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고, 한강 이북쪽 광화문에서는 조국 아웃, 문재인 퇴진을 외치는 시위대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앞세워 시가행진을 벌이고 있다. 서초동에 모인 인파는 노란색 피케팅을 들고 있다. 미뤄볼 때 그들은 현 정부의 검찰개혁을 옹호하고 나선 "문빠"들인 것 같다. 처음엔 정치인들이 개인 자격으로 나왔다고 했지만 나중엔 정치적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며 슬그머니 빠졌다. 그렇다고 정치색이 빠진 것이 아니란 걸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알텐데 말이다.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고사가 있다. 황새와 조개가 싸움을 벌이는 틈을 타 어부가 둘 다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다. 국론 분열(國論 分裂)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서 정권을 교체한 이후 도드라졌다. 우리나라에서 정치 색채가 드러난 곳은 경상도와 전라도다. 삼국시대 때 백제와 신라였던 두 곳은 과거 이래로 묵은 감정이 씻기지 않고 면면(綿綿)히 내려온 것이 오늘날까지도 날선 감정을 드러내곤 하는 것이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이 장기집권 중 경상도 지역 발전에 힘을 쏟은 반면 전라도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가 김대중 대통령 집권과 동시에 지역 개발이 집중적으로 진행되면서 대통령의 출신과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지역의 흥망성쇠(興亡盛衰)가 판가름나다 보니 자연적으로 정권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를 따져 흉은 덮고 잘한 것만 내세우는 진영논리에 빠져들고 말았다. 특히 여권과 야권을 대표하는 나팔수의 선동정치로 국민의 판단력을 흐려놓아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고 있다.
태극의 문양에서 빨간색과 파란색이 양극(兩極)으로 나뉘어 대척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정치판의 현상이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내편, 네편으로 나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조국 정국"이라고 말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법무부 장관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인데 왜 청문회 때 야당이 저렇게 쌍심지를 켜고 반대를 하는 것인지, 또 청문회 때 흠결이 드러났는데도 굳이 그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할 거라면 왜 청문회 과정을 거치는 것인지 반대를 위한 반대와 제식구 감싸기로 원칙 없는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보편적인 시각은 정치인은 언행일치(言行一致)가 가장 중요하다고생각하는데 그는 거기에 못미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조 장관이 걸어온 길은 남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에겐 그렇지 못했다는데 공직자로서의 품격을 국민들은 우려하지만 아직 불법을 저질렀다고 단정할 사유가 없다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대통령의 결정은 결국 제 식구 감싸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오만으로 정국은 경색됐고 진영 논리에 빠진 정치인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국론을 분열시키게 된 것이다. 자신의 문제로 나라가 어지러운데도 불구하고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조 장관의 엉덩이도 정말 무겁다. 이제껏 이렇게 담력이 센 공직자는 아마 유사 이래 처음인듯 싶다. 또 여당도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당원을 동원해서 「검찰개혁」을 외치며 조국 장관의 허물을 덮으려는 모양새도 구태의연(舊態依然) 하기 짝이 없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태가 우습다.
진보나 보수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은 권력이 국민들에게 나왔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 국민들에게 말잔치만 늘어놓고 뒤로는 호박씨를 까고 있는 것이다. 황새가 수로에서 물고기를 기다렸다 잡아먹듯 정책 변화를 사전에 인지하고 길목을 지키고 있다 직간접 투자를 해서 자기 배불리기에 혈안이 돼 있고 자식들을 손쉬운 방법을 동원해서 명문 대학에 진학시키는 등 과정의 불공정이 눈앞에서 벌어졌는데도 집권당은 부패한 정치인을 감싸고 돌기에 급급하다. 심지어 야당 의원의 자녀도 부정으로 입학한 것 같다며 물귀신 작전을 펴, 본질을 흐리려는 모습에 기가 찰 뿐이다. 국민을 뭘로 보고 이렇게 막나가려는 것일까?
조선시대 때 소문만 돌아도 자신의 과실(過失)과 상관없이 이름이 거명되면 스스로 모든 관직에서 내려와 집에서 백의를 입고 하명을 기다렸다. 왕은 소문의 출처를 캐기 위해 암행감찰을 지시하고 유죄 여부를 가려 벌하기도 하고 죄가 없을 때 비로소 관직에 임명했다. 사람을 쓸 때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 화가 어디에 미칠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자기 정치에 혈안이 돼서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을 게 뻔하다. 간디는 원칙 없는 정치를 망국의 요소로 꼽았다. 내로남불,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 한 사람을 내 사람이라고 끌어 안으려는 대통령의 좁은 눈을 국민 모두가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선거 유세 때 미래를 예측한 한 후보의 말을 귀담아듣지 못하고 흘려보낸 것이 뼈에 사무친다. 국민의 선택이 잘못되면 나라가 어지럽게 되고 혼란에 빠지기 쉽다. 경제는 점점 불투명한 좌표를 찍어대고 있고 주변국과의 갈등은 점점 커가고 있다. 또 미중 간 패권 경쟁은 지칠 줄 모르고 벌어지는데 그 와중에 북한은 핵 개발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무엇 하나 밝은 전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국에 국론분열은 절망 그 자체다. 내부적으로 똘똘뭉쳐도 세계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요즘 AI의 주도권 경쟁은 미래의 생존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될 중요한 전쟁터다. 그나마 우리에겐 그 어떤 자원보다 통신과 AI 분야에 우수한 인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운신폭을 넓혀줘 활로를 개척해야 우리가 살 수 있다. 우리의 자원은 인재(人才)다. 그리고 검찰 개혁도 해야 하지만 국회의원의 망동을 바로잡을 국민소환제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국회의원 스스로 세비를 올리는 경우는 도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법을 만드는 기관이라고 자기 멋대로 하니 나라꼴이 안되지. 시급한 곳 중 하나가 국회의 권한 축소다. 또 견제 기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