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독선이 민주주의에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

해암 송구호 2019. 9. 12. 17:27


 

로마의 정변(政變) 중 하나가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바뀐 것이다. 당시 타르퀴니우스의 아들 섹스 투스가 친구의 아내를 겁탈한 것이 발단이 됐다.타르퀴니우스는 부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했던 자로 그의 탈법 행위에 시민들은 분노를 삭이던 중이었는데 그 아들의 일탈로 분노가 폭발하게 되면서 왕정시대는 막을 내리고 공화정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민중이 분노한 것은 왕의 독선이 민중의 자유를 크게 훼손한다고 여겼다. 공화정은 그래서 두명의 집정관을 뽑았고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국정을 운영했다. 독선을 막기 위함이다.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것이 맞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들이 요즘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최 순실이 막후 정치를 했다는 사실이 딸의 이화여대 입학 비리 사건이 불거지면서 밖으로 드러났고 총장을 비롯한 관계자의 커넥션이 파헤쳐 지면서 민심이 들불처럼 번져 결국 탄핵정국으로 가게 됐다. 현 정부의 탄생 과정에서 국민들은 자유 한국당의 붉은색 잠버를 입은 후보자와 민주당의 파란색 잠버를 입은 후보자 중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더불어 민주당 후보자에게 한 표를 찍어주었다. 선거철이면 떠도는 농담 중 하나가 특정지역은 빗자루를 세워놓아도 당선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는데 이때 민심은 파란색 잠버를 입은 민주당의 후보자에게 표가 모아졌다.

 요즘에 진보냐, 보수냐를 가르는 것조차 우스운 말이 됐지만 대중들은 보수당이 집권할 때 부패에 염증을 느꼈었다. 제3공화국, 군사정권기를 거쳐 뿌리깊게 박혀있는 정경유착(政經癒着)은 기업들이 정치자금을 대주고 국책사업에 특혜를 받는 구조였다. 정권교체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관행을 끊을 수 있다고 본 민심이 모아진 결과로 이뤄진 것인데 깨끗한 정치를 할 것으로 믿고 맡겼던 국민들의 바람대로 과연 현 정부의 지도부가 청렴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살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권력을 고리로 이권을 챙기기 급급했던 정황이 여실(如實)히 드러났다.

 신평 변호사가 조국 당시 후보자에게 "법무부 장관 후보에서 내려오라"라고 하는 충고의 글 속엔 뼈 있는 말이 담겨있었다. 이 시대에서 정치인들의 속성은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쥔 자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불과 권력을 쥔지 3년도 안 됐는데 현 권력의 중심에 있던 자들의 부패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는 데 놀라웠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말 그대로 실천했더라면 결코,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고 조국 후보자는 본인은 관여한 게 없다. 몰랐었다. 아버님이 저질러 놓았다. 등등 영혼 없는 말로 일관했다.

 조선시대 부정과 부패를 막는데 일조했던 기관 중 하나가 사간원이었다. 왕에게 목숨을 걸고 잘못된 것을 가려 직언했다. 왕과 대척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죽음조차 두렵지 않게 여긴 것은 국가의 안위를 위해 옳은 소리를 하다 죽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자 때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으로 낙점했기 때문인지 현 정부는 조국의 오점과 흠결이 드러났고 또 야당은 물론 그의 제자들과 지각 있는 인사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 불고하고 그를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며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현 정권 지도부는 대기업의 탄생 과정에 대한 증오심만 갖고 우리경제 죽이기에 한 몫했다. 그들은 대기업을 해체하겠다며 기업 총수들을 줄줄이 구속했고, 저녁이 있는 삶을 표방하며 최저 임금의 파격 인상과 주 52시간 노동을 법으로 명시해 제도화했다. 결과는 소상공인도 못살게 됐고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던 단기 알바의 고용 시장도 위축된 것을 넘어 고사했다. 대학교에 시간 강사들도 처지는 똑같다. 처우 개선을 위해 제도를 마련하긴 했지만 그법 때문에 시간강사 다수가 직장을 잃고 실업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근근이 버티던 삶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게 됐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이웃나라 일본과 강대 강으로 맞붙게 되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우선 양국 간에 적대감의 지수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언론과 정치권에선 연일 한국 때리기로 우리나라에 대한 증오감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양상은 똑같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의 갈등 구조를 이용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계산이 명백하게 세워져 있기 때문에 현 상황을 즐기고 있다. 전쟁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헌법을 바꿔야 하는데 한국과 대립하고 갈등하는 구조가 그들에 겐 너무도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을 선동하고 위기감을 고조시킬수록 아베 정권이 간절히 원하는 개헌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각에서 극우세력을 전진 배치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들의 노림수가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

 안보는 잘 하고 있는 건가? 북한과 대화로 평화시대를 열어가겠다며 축에서 빠진 핸들을 들고 운전자론을 주장하다 북한에게 보기 좋게 걷어 차였다. 북한은 연신 미사일을 동해 바다로 쏘아대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그동안 우방으로 알고 지내오던 미국마져 요즘엔 돈타령만 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도 자기네 나라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괜찮다고 떠들어 댄다. 게다가 이런 한미 관계의 이완은 GSOMIA 종료 선언과 함께 불편한 관계가 더욱 노골화돼 이젠 한미 군사훈련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불평을 늘어놓는다. 일본 우익 세력은 한반도가 미국의 방어 라인에서 배제될 것이란 추측을 기정사실화 해 보도하고 있다. 신 에치슨 라인이라며 한국이 배제된 미국, 일본, 대만을 축으로 해서 북태평양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전략을 곧 발표할 것이란 소문을 내고 있는 것이다.

 문은 영어로 표기하면 Moon(달)이다. 요즘 청와대 최고 지도자를 향해 국민들이 답답한 심정을 담아 표현하는 게 그를 달나라 대통령이라고 말한다. 조국이 유체이탈 화법을 쓴다고 말하는데 문 대통령도 덜하지 않는 듯하다. 토론을 경청한 후 의사 결정은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말도 나돈다. 자기주장대로 한 결과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라면 심각하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욱 곤란한 상황이 전개 될테니 말이다. 

 일본은 G7에 가입된 국가로 한국을 점점 국제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몰고 갈 공산이 크다. 우리 경제는 미국, 중국, 일본을 상대로 하는 중간 교역국으로 세 나라와의 관계가 좋아지지 않는 한 끝모를 경기 하락과 침체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기업의 경영 악화와 수출 감소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OECD 국가 중 경기의 선행지수가 26개월 째 하락 곡선을 긋고 있다고 한다. 국가경영은 고집이나 아집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정서를 담지 못하는 통치력은 추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크다. 

 조국 수석의 경우 자녀의 입학 부정에 대한 문제를 접어두더라도 이제껏 자신이 언론을 통해 써왔던 촌철살인의 논평과 상반된 삶을 살아온 「언행이 불일치」가 가장 문제다. 게다가 청문회에서 자신의 문제에 대한 회피성 발언이나 질문과 동떨어진 답변 등을 볼 때 책임감이나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히틀러처럼 독재와 독선으로 흐를 위험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시국적으로 민감한 가운데 처한 우리나라에서 통합, 타협, 조율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에 편가르기와 공정함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대척한다면 우리나라의 실리는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는가? 

 현 정부가 수권(受權)을 부여받은 지 삼 년째 접어들고 있다. 국가 경제는 파탄지경이고, 국민 경제는 도탄(塗炭)에 빠져있다. 어떻게 국가의 정책을 통치자의 아집으로 끌고 가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시행착오가 생기면 다른 방향으로 선회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외교란 것도 상호(相互)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지 내 주장이 옳다고 해서 상대방의 목소리엔 귀도 기울이지 않는다면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는가? 버닝 썬 사건을 계기로 YG 대표가 원정도박, 성 접대, 경찰 유착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그의 대표 자격을 논할 때 언론에서  "깜냥"이 안 된다는 말을 했다. 과연 조국은 깜냥인가? 청와대엔 고집 센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