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거리를 속도로 줄여가는 신작로

해암 송구호 2012. 11. 12. 17:18

거리를 속도로 줄여가는 신작로(新作路)

차마고도(茶馬高道)는 중국과 티베트를 연결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교역로로 실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서 생겨난 아주 오래 된 길이다.

중국산 차와 티베트산 말을 바꾸는 물물교역을 위해 아슬아슬한 벼랑 끝을 지나고험준산령을 넘어 장이 서는 곳까지 죽음을 무릅쓰고 가 서로에게 필요한 물건을 주고받았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 동서독의 이신가족들은 베르린 장벽을 넘나들면서 분단국가로 겪어야 될 단절된 문화를 서로 교류하고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결국 닫혔던 빗장을 풀게 된다. 길은 막혀 있는 곳을 뚫고 서로가 하나로 통합하는 소통의 통로인 셈이다. BC 7세기경 로마는 요즘으로 말하면 고속도로에 해당되는 아피아가도를 시작으로 사통오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란 기치아래 강력한 군대를 신속하게 이동시키기 위한 군사도로를 만든 것이다.

결국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와 지중해 전체를 지배하는 로마제국을 건설하였다. 길은 소통의 장이기도 하지만 신속한 이동을 통한 지배의 힘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한 것이다.

최근 중국은 산업발전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의 철강석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라 표현할 만큼 철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중국, 상하이의 도시는 한달에 하나씩 고층빌딩이 들어설 정도로 -미국 번화가 뉴욕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눈부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변방은 아직도 우리의 50~60년대 생활상을 보는 듯 낙후되어 있다. 티베트고원도 그 중 하나였으나 최근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티베트는 중국이 무력으로 점령하여 지금까지 중국 령으로 두고 있지만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분리 독립을 하고자 끊임없이 저항해왔다. 그러나 중국에선 최근 티베트 고원에 기찻길을 놓고 고속도로를 개통하는 한편 한족을 티베트고원으로 이주시켜 주민 동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길을 통해 이민족과의 결속을 다져가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반추해볼 때 길은 무역과 문화의 교류를 이끌기도 했고 주변국을 지배하고 정복하는 힘의 근원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길은 소통의 통로로 자리매김 해왔다. 최근 길은 거리를 속도로 단축하는 몫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40년 되는 해다. 우리는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을 자축하면서 서울과 부산이 4시간대로 일일 생활권에 들게 되었다고 기뻐했었다. 지금은 KTX가 개통되면서 2시간 40분대로 줄어든 상태다.

거리를 속도로 줄여가고 있는 현대과학은 더욱 커다란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자동차형 비행기가 도로 위를 달리고 날아다닐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