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택시운전사를 보고

해암 송구호 2017. 8. 26. 10:55

 

  영화배우 송 광호가 출연한 영화는 무조건 되는 흥행 수표라는 말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만든 "택시운전사"가 또 천만 관객이 넘었다. 괴물, 변호인에 이어서 세 번째다. 왜! 그 배우가 출연한 영화에 사람들이 꼬일까? 배우의 얼굴인가? 아니면 될 만한 작품을 고르는 통찰력을 지녔나? 

배우의 인물은 사실 내세울 만큼 잘 생겼다고 하긴 어려울 듯하다. 그보다 잘생긴 배우는 열 손가락으로 꼽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될 성싶은 대본을 고르는 안목이 뛰어난가? 설령 대본을 고르는 재주가 남보다 뛰어나다고 해도, 매번 그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분명 배우의 남다른 능력이 있는 게 아닐까?

  배우가 무대에서 빛이 나는 것은 작품속 인물로 되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역할을 현실감 있게 표현해내야 한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시간 여행을 시켜준 토끼처럼, 관객이 작품 속으로 빠져들 수 있게 하는 살아있는 표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송 광호는 극중 인물에 충실한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영락없는 택시운전사다. "광주 돈 워리 아이 베스트 드라이버"

  주인공 만섭(송 광호 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 노동자로 일했던 경험이 있어 영어를 조금 할 줄 안다.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어린 딸과 동료 운전사 집에서 셋방살이를 하는데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쪼들리게 살고 있다. 기사식당에서 점식을 먹던 중 옆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먹던 밥숟가락을 던지고 차를 몰고 어디론가 급히 간다. 그가 엿들은 이야기는 극장 앞에서 외국 손임을 태우고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로 밀린 방세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광주로 들어가는 길목은 군인들이 차단하고 있어 들어갈 수 없다. 군인들의 거친 말에 기죽은 만섭은 광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하고 돈보다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서울로 다시 돌아오려고 한다. 그러나 외국기자는 이대로 돌아가면 돈을 못준다고 버티고 돈을 포기할 수 없는 만섭은 외진 산길을 찾아 광주로 들어가려하는데 그곳에도 군인들이 진을 치고 있다. 중요한 서류를 광주에 놓고 와서 가지러 가야한다며 정면 돌파(正面 突破)를 시도하고 우여곡절 끝에 광주에 입성 한다.

언론에 발표된 광주와 광주시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광주의 모습은 너무 다르다. 무장한 군인들이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하고 수세에 몰린 시민들이 쫒기며 저항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곡된 광주의 모습을 올바로 알릴 수 있다면 외국기자를 적극 돕겠다고 생각한다. 점차 광주의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군인들이 발포를 하면서 죽거나 다친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광주는 피로 얼룩진다.

 사태가 점점 걷잡을 수 없게 진행되고 외국기자가 취재하는 모습이 진압군 지휘부에 알려지면서 쫒고 쫒기는 가운데서 만섭은 서울에 두고 온 딸이 눈에 밟혀 서울로 향하려는데 광주에서 만났던 택시기사들이 서울 번호판을 달고 광주를 벗어날 수 없다면서 광주 번호판을 챙겨준다.

  서울로 향하던 그는 돌연 차를 돌려 또 다시 광주로 돌아가고 외국기자의 옆에서 마지막까지 함께하며 무사히 김포공항으로 데려다주고 광주의 소식이 독일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택시운전사가 역사의 물고를 바꾸는 지렛대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언론사는 관주도형 나팔수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일부 언론사의 기자와 앵커들이 부당한 처사에 항거하며 시위를 하는데 현 정부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현 정부 출발 때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했다. 그 상식이 여기에서도 통하길 바란다. 언론사가 조작한 왜곡된 뉴스를 더 이상 보지 않을 수 있는 공정성 있는 방송을 원하며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사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가 지켜줘야 한다. 광화문의 촛불이 SNS속에서 새로운 길잡이로 되살아나 길 희망한다. 

  조류독감이나 계란 살충제 파문 등 문제가 발생된 후에 허겁지겁 문제해결을 하려는 정부 관계자의 태도는 너무 조악(粗惡)스럽다. 좀 앞서가는, 예측관리를 하고 근본적 해결을 제시해서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문제 해결책이다. 그리고 문제 당사자는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스스로 책임을 질줄 알아야 한다. 이게 상식이 통하는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