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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재능과 능력이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라
모든 일에는 그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청렴하고 소박한 사람의 진면목은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깊이 있는 덕행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기용되기 전에도 자연스럽게 겉으로 드러난다. 청렴한 사람들의 통치 원칙과 방법은 만물을 교화시키고 창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통치는 발휘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고, 일단 발휘된 후에는 존경과 지지를 받는다. 이들이 이룬 업적은 악을 징벌하고 선을 권장하는 것으로서 긍극적으로는 화해와 조화를 이룬다.
법가의 사업은 그 근본이 법도를 제정하는 데 있고 일단 제도가 성공해야만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법가의 치국은 처음에는 고되고 힘들지만 뒤로 갈수록 안정과 평안을 누리게 한다. 법률이 엄격하긴 하지만 모두가 민중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성공하기 전에는 사람들의 의심과 불만을 사기 쉽지만, 일단 법령이 시행되면 모든 사람이 이를 두려워하고 존중하게 된다. 법가의 목적은 법제를 제정하여 국가를 부강하고 안전하게 하는 것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왜곡되어 원한을 사게 되는 폐단도 있다.
술가의 사업은 주로 총명한 기지를 통해 발휘되면서 계략과 지모가 성공을 거둔 후에야 그 효력을 나타낸다. 술가의 통치 원칙은 처음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나중에 가서야 깊이 있게 드러난다. 때문에 성공하기 전에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지만 일단 시행되면 모든 성군이 이를 진귀하게 여기게 된다. 술가의 목적은 모든 변화에 두루 통달하는 데 있지만 신기하고 눈에 띄지 않는 특징 때문에 때로는 완전히 가라앉아 영원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뛰어난 지혜의 사업은 정확한 예측에 그 기초를 두고 있기에 시국에 순응하되 거역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혜가 발달하기 전에도 사람들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일단 성공을 거두면 적극적인 후원을 받게된다. 지혜의 효능은 군주를 사려 깊게 보좌하기에 충분하지만 진취적이지 못하고 감출 줄도 모르며 명철보신明哲保身의 정도를 위배할 수도 있다는 폐단이 있다.
기능을 중시하는 사업은 번거로운 사무를 처리하는 데 그 근본이 있기 때문에 그 통치의 도는 명확히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사물의 이치에 통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지만 성공한 후에는 번잡한 일들을 정리하고 잘못된 현상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을 피곤하고 번거롭게 만드는 폐단이 있다. 사업으로서의 기능은 번거로우면서도 안정되기 때문에 통치의 도에 있어서 최하의 등급이라 할 수 있다. - 변경(김태성 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