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무서운 세상

해암 송구호 2014. 12. 13. 07:14

얼마전 수원 팔달산 등산로 옆에 버려진 검은 비닐봉지 속에는 아주 끔찍한 내용물이 들어있었다. 여성의 사체로 장기가 적출된 상태였다. 대한민국 인테넷은 순식간에 장기밀매 주의보가 떳다. 경찰 친구가 알려준 내용이라며 사람을 유인하거나 납치해 집안에서 기절시킨 뒤 장기를 적출 아이스 박스에 담아 동남아시아로 팔아 넘기는데 1인에게서 대략 1억원 가량의 장기를 얻을 수 있다는 그럴듯한 내용 이다. 납치방법도 1) 도움을 요청한 납치는 할머니들이 어디로 데려다 달라고 한뒤 고맙다며 음료수를 주는데 먹으면 기절한 후 끝이라는 것, 2) 화를 돋우는 납치는 보통 길이나 지하철, 버스안에서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시비를 걸어 화를 유발시킨 후 뒤쫓아 오는 사람을 낚아채는 것. 3) 스토킹 납치로 평소 귀가하던  길에  기다렸다 끌려가는 것.

4) 상품을 싸게 판다며 유인하는 것. 5) 경찰로 가장해 유인 납치. 6) 취업알선. 7)택시 합승납치 등  범죄수법을 열거한 것이 정말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밀려오는 공포감은 여름에 남양특집에서 느끼던 귀신을 체험하던 것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이 사건은 타인에 대한 의심과 함께 내가 그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난 어떻게 할까 ?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식구들이  이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모든 고민의 귀결점은 불신이다. 이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현실적 고독감이다.

 얼마전 애인이 이별을 통고하자 분을 참지 못한 남자는 애인 집 유리창을 부수고 가족이 있는데도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애인을 방에 끌고가 칼로 20여차레 찔러 죽이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부모가 늙고 힘이 없어 막지 못한 것이 문제기는 하나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감추거나 속이며 여자 친구를 만나왔고 전과 8범의 상습적인 범죄자였다. 이별을 통고하자 가족을 몰살하겠다. 집에 방화를 하겠다며 협박을 했다고 한다. 부모는 이런 사실을 경찰에 알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상담까지 했었다고 한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하지만 이 사례는 예고된 사고나 마찬가지 였다. 경찰은 최소한 방범을 돌 때나 아니면 인근에 배치해 사건 예방을 했어야 했다. 단지 범죄자가 가족을 괴롭힐경우 경찰에 신고하라는 말로 응대한 것은 너무나 피동적인 반응과 대책이 아니었을까? 만약 상대방의 신원 확인만 제대로 했더라도 살인이라는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게 아닌가?

요즘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감시카메라에 의해 나의 무의식 상태에서 한 행동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얼마전 고속도로에 주차되어있던 화물차를 들이 받아 옆에 동승한 아내와 7개월 된 뱃속의 태아가 죽은 사고가 있었다. 구조대가 출동했을 때 자신보다 아내를 구해달라며 주위사람을 감동케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의 존재가 다시 뉴스의 가십거리가 된 것은 그가 아내명으로 든 보험금이 자그만치 96억이란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부터다. 자칫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될 뻔했던사고가 재조사 되었다. 그가 생활했던 지역 주민들은 부부가 금슬이 좋았다고 했다. 어딜 가더라도 아내와 늘 함께하는 친밀함도 지녔다고 한다. 그런데 고속도로에서 사고 당시 졸음운전을 했다고 한 그는 트럭과 추돌하기 전 상향등을 키고 달린 것이 사고현장 주변 카메라에 포착 됐다. 뿐만 아니라 평소 그가 안전띄를 착용하지 않다 사고 당일에 안전띄를 맨점도 계획된 사고 였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결정적인 단서는 백억에 가까운 보험금이 아내명으로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생활용품을 파는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감당하기에 보험금 불입액이 지나치게 과했다는 점이다. 

 그와 그의 가족은 이런 사실에 대하여 아직도 단순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정황은 보험금을 노린 계획된 살인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그와 그의 가족은 억울하다고 한다. 만약 이사고가 정말로 보험금을 노린 계획된 사고라면 그와 가정을 꾸리며 칠년을 함께 살아왔던 외국인 이주 여성의 삶은 무엇이 되는가? 그리고 인간의 잔혹함은 도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브라질이나 남미쪽에 가면 강도가 많아 혼자 여행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로 꼽혀왔다. 개인이 소지하는 무기도 허용되지 않아 밤 늦게까지 시내를 활보한다. 그러나 요즘 범죄의 양상은 다양해지고 있다. 묻지마 살인에서부터 계획살인까지 그리고 그 범죄를 예방할 공권력이 별로 신뢰감이 없다는 점이다. 경찰의 대응력은 이웃집 아저씨의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미국 경찰처럼 엄중한 공권력 행사나 철저한 직업의식도 없다. 전형적이고 고리타분한 공무원일 뿐이다. 

 다큰 딸의 늦은 귀가는 불면증으로 이어지기 다반 수 다. 잠잘 때를 놓치면 밤을 꼴딱 새워야하기 때문이다. 젊어서는 등만대면 코곤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잠못 이루는 밤이 무섭다. 그렇다보니 늦게 귀가하는 딸과 자주 실랑이를 한다. 니가 "내수명을 단축하고 있다고" 사실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뼈가있는 소리다. 잠이 보약이란 사실을 잘 알고있기에 그렇다. 더구나 요즘 같이 밤이 무서운 때 자식들의 뒤늦은 귀가는 심장이 쫄깃해지니까 더욱 그렇다. 놀기에 바쁜 애들은 이런 부모마음을 살필 겨를이 없다. 단지 부모의 말이 잔소리처럼 들릴테니 말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은 우리의 마음을 점점 딱딱하게 경화시켜가고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 회피하려는 마음이 앞선다. 알지 못하는 전화번호가 뜨면 보이스 피싱을 염려해 받지 않는 것이 상책이 된지 오래다.  이제는 타인의 도움에 선뜻 응할 수 없는 것이 사회 현실이 된 것 같다. 잘못하면 장기를 적출 당할 위험에 처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문득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란 소설 제목이 생각난다. 우리가 살고있는 지금 이 사회는 " 자물쇠를 권하는 사회"가 아닐까? 소통이 막히면 삭막한 사회가 되고 말텐데 그 것이 걱정이다. 썩고 병드는 사회가 되서야 되겠는가?